참여정부의 책임총리제 표방에 따라 기대를 모으며 취임했던 고 건(高 建)총리가 27일로 취임 1년을 맞는다. 그에게는 풍부한 경륜과 행정능력으로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내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긍정적 평가와, 오랜 관료생활로 인한 `보신주의'로 참신함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엇갈린다. 우선 고 총리가 남긴 주요 성과로는 `행정의 시스템화'가 꼽히고 있다. 지난 5월 하순부터 매주 수.토요일 마다 관계장관을 모아 주재한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가주요 현안을 풀어내는 `창구'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 총리실의 자평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고 총리와 4당 정책위의장간 `정책협의회'의 정례화에 대해서도 "4당체제에서도 흔들림 없이 10차례의 회의를 열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비준안, 이라크 추가파병안 등 주요 법안의 국회 통과를 설득한 점은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대 총리들 가운데 처음으로 허상만(許祥萬) 농림장관에 대한 임명제청권을 문서로 행사한 뒤 이런 제청방식을 정착시킨 것도 시스템화의 결실로 꼽힌다. 이외에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국내 유입을 차단해 국제적인 방역 성공사례로 꼽힌 점도 고 총리가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첫 총리 재임 시절보다 훨씬 복잡다단해진 사회 변화로 각종 갈등현안을해결하는데는 `행정의 달인'도 어려움을 느꼈던게 사실이다. 고 총리는 "실타래 얽히듯 현안마다 얽혀 갑자기 풀려니 어렵다" "그전보다 훨씬 힘들다"고 여러차례 토로했다. 여기에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노선 갈등이 사실상 노 대통령과 불교계 지도자간 면담을 통해 해결되고, 부안 원전센터 갈등이 수개월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못하자 고 총리의 행정능력이 새로운 형태의 사회갈등 해결에는 한계를 노출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각종 현안에 부닥칠 때마다 폭넓은 의견수렴을 위해 총리실에 구성되는 `위원회'들은 사안의 해결을 늦추고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장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재신임 정국과 4당체제로 접어들면서 고 총리는 국정운영에서 이전보다 더 무게가 실렸고, 나아가 행정가 이상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작년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평소의 `빠져나가기'식 답변 대신 소신.강성 답변을 쏟아내자 향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평소 약점으로 지적돼온 과감성과결단력을 보완하려는 이미지 구축이 아니겠느냐는 해석까지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일각에서는 `대안론'까지 나와 이래저래 시선이 쏠리기도했다. 고 총리는 최근들어 "17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면 언제든지 물러날 각오가 돼있다"며 초연한 자세다. 그러나 이번 총선의 결과가 예측불허이고 고 총리의 정치적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기도 어려워 주변에서는 과연 발언대로 되겠느냐는 시각들이 적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김화영기자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