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SK텔레콤의 소유·경영 분리를 담보로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의 경영권 유지에 배수진을 쳤다. SK텔레콤 대표이사이던 손길승 회장과 표문수 사장은 물론 최태원 이사(SK㈜ 회장)까지 퇴진 의사를 밝힘에 따라 SK텔레콤은 어떤 형태로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형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과 SK는 SK㈜와 SK네트웍스 등의 주주 자격으로 SK텔레콤의 경영을 견제하게 된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소액주주 대표들은 그동안 최 회장에 대해 SK텔레콤 경영에서 손을 떼고 주주로서의 역할만 유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해 왔다. 참여연대는 이미 지난 1월30일 ADR를 포함한 국내외 주주 51명(펀드포함)이 참여한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최 회장과 손 회장에 대한 사퇴권고 결의안이다. 이들이 갖고 있는 의결권은 2.1%에 해당된다. 참여연대는 주주제안서에서 최태원 이사와 손길승 이사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는 경우 이사자격을 자동상실한다는 SK텔레콤의 정관 규정에 따라 두 이사가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SK네트웍스 등에 대한 지원과 관련하여 SK텔레콤의 기업가치를 훼손할 의사결정을 내릴 이해상충의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것도 이들이 내세운 이유다. 그러나 최 회장과 손 회장이 소액주주들의 요구에 의해 사퇴를 결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들은 무엇보다 현재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SK㈜가 소버린의 맹공을 받고 있는 형편에 SK텔레콤의 소액주주들과의 마찰이라도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SK㈜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SK그룹 및 최 회장의 투명경영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혀 SK그룹의 경영권만큼은 유지해야 한다는 벼랑끝 결정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SK는 따라서 SK㈜의 주총에서 소버린과 그 우호세력으로 전선을 좁힐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의 소유·경영 분리를 담보로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의 경영권을 유지하겠다는 '최후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SK㈜ 2대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은 이날 SK㈜에서도 최태원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SK가 SK텔레콤의 소유와 경영 분리라는 벼랑 끝 결정을 내림에 따라 소버린이 소액주주들의 표를 끌어 모으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태웅·김태완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