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개통을 한 달여 앞두고 정부가 고사위기에 몰린 지방공항 활성화를 위해 각종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구체성도 부족해 생색용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상당수 대책들은 고속철 개통에 따른 항공시장의 충격을 미리 내다보고 수년 전부터 중장기적으로 추진됐어도 제대로 이뤄지기 힘든 것들이어서 뒷북치기식 행정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24일 관련 자치단체와 공항공사 항공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방공항 활성화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건교부는 지방공항 활성화를 대책으로 △지역관광 인프라 확충 △지역별 특화된 문화관광상품 개발 △항공수요 진작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국내 노선 유지를 위한 항공사 지원 △공항주변 관광지 개발 및 공항접근 교통망 확충 등을 제시하고 지자체 등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날 논의된 건교부 대책은 지난 5일 한국공항공사가 마련한 지방공항 활성화방안과도 큰 차이가 없어 재탕삼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적어도 5년 전부터 추진해야 할 중장기적인 것들이 대부분인데 그동안 '강건너 불보듯' 하다가 고속철 개통 한 달 남짓 앞두고 뒤늦게 서두르는 저의를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지지체 참석자는 "항공사들이 운항편수를 대폭 줄이기로 하는 등 지방공항은 환자로 치면 이미 '뇌사' 상태에 빠져든 위급상태인데 건교부는 한가하게 '건강식품복용' 처방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교통 전문가들은 "당초 국내 항공시장 예측을 외면한 채 정치적인 민원에 따라 전국 곳곳에 지방공항건설을 '누이좋고 매부좋고'식으로 마구잡이로 추진했던 건교부가 이제 고속철 개통을 앞두고 '지방공항 살리기'를 들고나오지만 이 역시 즉흥적이고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정책들이 대부분"이라고 비판한다. 대책들이 늦기도 했지만 더 문제는 앞으로도 구현될 가능성이 의문시된다는 것. 공항주변 관광지 개발, 공항접근 교통망 확충 등은 하나같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들인데 대부분의 지방공항이 고사상태에 빠져든 판국에 예산당국과 지자체들이 관련 예산을 꾸준히 투입하기를 기대하기 힘들고 수지타산에 민감한 민간항공사들이 제대로 협조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현재 대부분의 지방공항들은 고속철이 개통될 경우 승객 수요가 60∼80% 줄어들어 심각한 경영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무안공항 울진공항 김제공항의 경우 올해 완공예정이었지만 대규모 적자가 우려돼 개항시기가 1년씩 늦춰졌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