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난이 심화되면서 국내 유일의 조강업체인 포스코의 시름이 이만저만한게 아니다. 조선 자동차 가전 등 국내 주력산업체들은 물론 중소기업들까지 철강재가 부족해 제대로 공장을 돌릴 수 없다고 포스코에 하소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에 직접적인 불만을 쏟아놓는다. '산업의 쌀'을 공급하는 포스코로선 이같은 다급한 상황을 모르는 척 할 수 없다. 최근 철강재 국내 공급을 늘리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포스코는 국내 후판재 공급량을 29만t 늘린데 이어 중소기업들이 주로 찾는 연강선재와 주물선 공급량도 1만5천t과 5만t씩 각각 확대 공급키로 했다. 예정된 공장 수리를 미뤄서라도 어떻게든 수요업체의 어려움을 덜어 주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자회사인 포스틸을 통해 수입하겠다는 방안도 발표했다. 포스코 입장에서 수익만 염두에 두면 내수 공급보다 수출을 늘려야 할 상황이다. 대부분의 제품별 수출단가가 내수가보다 평균 5∼10% 가량 높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가 국내 수요업체를 배려,내수 공급을 늘리기로 한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내 산업이 탄탄하게 성장해야 포스코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문제는 이런 포스코의 노력이 유통업체의 횡포로 물거품이 되면 곤란하다. 포스코의 노력이 전체 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모든 기업들이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점은 이번 원자재난을 계기로 중장기적인 철강 수급계획을 되짚어 봐야 한다는 데 있다. 철강재 공급부족이 일시적인 현상이면 크게 걱정할 게 없다. 그러나 만약 원자재 대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면 포스코도 적극적인 투자를 검토해야 한다는 게 수요업체들의 바람이다. 정부도 민영화 된 포스코에 모든 것을 맡길 게 아니라 산업정책 측면에서 중장기적인 철강재 수급계획을 마련해야 할 때다. 그래야 기업들이 마음놓고 생산에 전념할 수 있다. 정태웅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