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민생 챙기기'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올해 국정목표에도 불구하고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회견은 정치문제에 집중됐다. 민주당 경선과 대선 등 선거자금 문제가 검찰수사망 안에 있는 데다 4월 총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선 탓이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총선 등 정치일정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기반을 강화,근본 취약점을 개선하는데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도 재차 밝혔다. ◆경제 단기부양책 안쓴다="나라 경제가 무척 어렵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을 보면 경제상황에 대해 노 대통령이 실상을 비교적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만 해도 노 대통령이나 청와대 측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수출도 잘되고,다른 통계수치역시 아주 나쁘지는 않다.경기는 늘 순환하는 만큼 곧 회복되는 것 아닌가"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그러나 신용불량자가 4백만명에 육박하는 데다 가계대출은 급증하고 청년실업률은 두자리 숫자로 올라가면서 위기감이 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특히 청년실업에 대해서는 "구조적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선진국들이 일반적으로 부딪치는 문제라는 점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또 "잘못 건드리면 신용사회 붕괴나 도덕적 해이로 파탄이 올 수 있어 함부로 약쓸 수가 없다"고 강조한 대목은 다급하지만 임시응변식,땜질식 대책은 마련하지 않겠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입장에서 "무리한 부양책보다 안정되고 기반이 탄탄한 경제운용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초체력'을 강조하면서 "자본주의 경제를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자산은 신뢰와 합리주의"라고 역설한 대목은 취임초 개혁을 강조하던 모습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정치,경선자금 규모 첫 언급=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에 대한 관심을 좀 더 직접적으로 밝혔다. 경선 및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서는 "정치적 고려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선자금 수사의 형평성 논란에 대해서는 "어떤 대통령후보도 그만한 불법없이 선거를 치러낼 수 없었을 것이며,나는 금액에 있어 신기록을 세웠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다만 경선자금이 십수억원이라고 밝힘에 따라 또 한바탕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패널들과의 오찬장에서는 좀더 자세히 언급됐다. 노 대통령은 "선거가 있는 해에 받을 수 있는 돈이 3억원까지인데,당시 기탁금이 2억5천만원이니 5천만원 가지고 경선을 치르는 것"이라며 비현실성을 지적한 뒤 "기탁금,캠프조직 비용,경선기간 숙박비 등을 대강 계산하면 그 정도(10억원 좀 넘는 수준) 된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미리 작정하고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경선자금 공개문제 대해 "법과 정의를 바로잡고 정치개혁을 하는데 꼭 필요하다면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결단할 수 있지만,지금 대선자금만 갖고도 고통스럽고 힘든 만큼 경선자금 문제는 공방하지 않는게 좋겠다"고 말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