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소비촉진 캠페인에 힘입어 닭고기 소비가 급속히 회복되면서 닭값이 치솟고 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도산 위기에 처했던 닭고기 업체들은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1백30%까지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닭 산지가격은 최근 일주일 새 2배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조류독감 발생 직후인 지난해 12월 하순 kg당 6백38원까지 떨어졌던 가격이 이달 상순엔 7백6원으로 회복됐고 23일엔 1천4백11원으로 치솟았다. 닭고기 도매가격은 이달 상순 kg당 1천5백28원이던 것이 23일엔 2천5백93원으로 70% 가까이 뛰었다. 이에 따라 생닭 소매가격도 kg당 2천5백원선에서 3천7백∼3천8백원으로 급등했다. 지난해 이맘때의 3천∼3천2백원보다 5백원 이상 높은 가격이다. 할인점 백화점 등 대형 매장에서는 대부분 판촉행사를 진행 중이어서 아직 2천원선에 팔고 있지만 행사가 끝나는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부터는 일제히 판매가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닭값이 초강세로 돌아선 이유는 범국민적인 닭고기 먹기 캠페인으로 소비가 회복된 데다 조류독감이 퍼진 지난해 12월 말 이후 종계(어미닭)가 대거 처분돼 병아리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 냉동식품의 원료육으로 쓰이던 태국산 닭도 수입금지조치로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수급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가에는 닭고기를 확보하느라 비상이 걸렸고 닭고기 가공업체들은 조류독감 이전보다 주문이 30% 이상 증가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닭 가공업체인 마니커는 공장 가동시간을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리고도 주문량의 70%밖에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물량을 더 달라"며 공장까지 찾아오는 거래처와 실랑이를 벌이는 일도 잦다. 이기왕 하림 이사는 "없어서 못파는 상황"이라며 "주문량의 50%밖에 대지 못해 안타까운 생각에 발만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가격 상승과 수급 불균형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다가 3월 말을 기점으로 진정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주부터 농가에서 병아리를 많이 키우기 시작해 이들이 본격 출하되기까지 30∼45일간이 문제지만 정부에서 수매한 냉동 닭이 있고 가격이 너무 오를 경우 소비자들도 구매를 자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닭고기 바이어인 이권재 과장은 "대대적인 할인판촉전과 국민들의 캠페인 참여로 소비가 예년보다 10% 늘어났지만 가수요도 많은 상태라 4월 초부터는 수급 불균형이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오리 소비는 여전히 조류독감 발생 전의 30%선에 머물고 있다. 김규중 한국오리협회 회장은 "소비촉진 캠페인이 닭고기에 몰리는 바람에 오리 농가와 오리고기집들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며 "오리고기도 많이 먹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백광엽·송주희 기자 kecorep@han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