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광고기획사는 45세에서 64세까지 세대에 '와인(WINE: Well Integrated New Elder) 세대'라는 명칭을 붙였다. 8·15 광복과 6·25 전쟁,경제개발,민주화 등 각종 시련의 시간을 거친 세대로서 마치 와인이 뜨거운 햇볕을 견디고 저장고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후 제 빛깔과 향이 우러나듯 성숙한 세대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 이 세대는 그리 우아하지도 편안하지도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사오정,오륙도 같은 말이 암시하듯 IMF 이후 경제체제의 변화 속에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위한 안전장치는 시원찮다. 공적연기금은 누적된 부실로 이들 세대가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이 이뤄지고 있다. 저금리로 인해 재테크도 힘들어지고 정치권 등 사회 각 분야의 세대교체 바람 속에서 재취업도 여의치 않다. 이들 세대의 심리는 상실감,단절감,불안감으로 요약된다. 문제는 이들 세대의 숫자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특히 50대로 진입하고 있는 연령층은 한국전쟁 후 1954년부터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이다. 출산율은 줄어들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비중은 자꾸 높아만 가고 있다. 1965년에는 전인구 중에서 18세 이하가 50%,18세 이상이 50% 정도였는데 출산율이 1.1명 정도로 줄어든 지금 18세 이하는 25%,18세 이상은 75%에 달한다. 주지하다시피 노령화는 경제 전체로 볼 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 우선 경제 전체의 성장동력이 떨어진다. 또한 숫자가 증가하면서 노령세대가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되면 경제 전체가 몸살을 앓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노령세대가 정치세력화할 경우 분배에 대한 요구수위가 엄청나게 높아질 수 있고 여기에 고실업현상이 합세하고 통일이라도 돼 북한에 대한 천문학적 지원자금이라도 필요하다면 일종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마치 어스퀘이크(지진·earth-quake)가 발생하듯 이른 바 에이지퀘이크(age-quake)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자금이다. 공적연금시스템이 작동하고는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60세 이상 노인 가구 3백12만가구 중 3분의 1인 1백10만명 정도만 국민연금 수혜대상이다. 따라서 비록 국가재정이 어렵고 돈 쓸 곳은 많지만 이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 국가 전체적으로 이 문제에 대비해 적정한 자원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가칭 '567기금'을 정부기금회계에 설치할 필요가 있다. 이 기금은 우선적으로 거의 준비가 안된 채 노년을 맞는 노년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또한 이 기금은 50대,60대,70대를 위한 각종 의료 및 거주시설,편의시설,문화공간,재교육 시설 설치 등 향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대될 부분을 대비한 자금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나아가 은행과 투신 등에 '567통장''567펀드' 등을 설치해 수익금의 일부를 '567 기금'에 기탁하도록 유도한다면 567 계층에 대한 의미 있는 준비와 배려가 될 것이다. 최근 금융기관의 리스크관리에 중요한 개념은 바로 밸류앳 리스크라는 개념이다. 향후 일정 기간 최대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액수를 계산해서 그 보다 더 큰 액수의 자기자본을 마련해 놓자는 것이다. 혹시 사고가 터져도 미리 확보한 돈으로 막을 수 있으므로 파산할 위험은 없어진다. 이렇게 보면 가칭 '567기금'은 일종의 밸류앳 리스크에 근거한 자기자본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국가가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들 세대의 반발을 줄이면서 분배요구에 대한 대응책을 삼을 수도 있다. 지진이나 홍수만이 재앙이 아니다. 급격한 노령화 또한 얼마든지 재앙이 될 수 있다. 소외감이 서운함이 되고 결국 분노가 되어 폭발하기 전에 지금부터 소리없이 그러나 재빠르게 움직일 때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 chyu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