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분양가 급등,주택담보대출 급증,청약경쟁 과열,투기심리 확산.'


참여정부가 출범하던 2003년2월의 부동산시장은 이랬다.


1년이 흐른 2004년2월 부동산시장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집값 상승세는 일단 멈췄고,두자릿수를 넘나들던 서울동시분양 청약경쟁률도 한자리 숫자로 떨어졌다.


대신 미분양 아파트가 늘고,투기꾼들도 모습을 감춘 듯 보인다.


하지만 토지시장은 되레 불안해졌다.


◆참여정부 출범 당시 부동산 시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던 지난해 2월 부동산시장은 DJ정부의 부동산경기 부양책이 몰고 온 '집값 대란'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환란(換亂)으로 지난 98년 11월 70.8(2003년 9월=100)까지 떨어졌던 전국 집값 지수는 2003년 2월 94.8을 기록하며 4년3개월 사이에 33.9%나 올라 있었다.


서울의 경우 같은 기간 48.4에서 90.4로 86.7%,강남권은 42.3에서 87.0으로 2배(1백5.6%)나 올랐고 집값 상승세가 지방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었다.


분양가도 치솟았다.


지난 98년 평당 5백21만원이던 서울 동시분양가는 2002년 8백만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03년에는 1천만원을 향해 치달았다.


카드채와 함께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일본식 거품붕괴 사태가 올 지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확산되던 시기였다.


◆집값 잡기는 일단 성공


참여정부의 지난 1년간은 '집값과의 전쟁'이었다.


노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집값만큼은 반드시 잡겠다"고 공언한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이 말을 되풀이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수시로 집값 안정대책이 발표됐다.


굵직한 대책만 5차례에 달한다.


5·9대책부터 9·5대책까지의 네차례 대책은 기대치에 못미쳤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의 '뒷북정책'이라는 비난만 쏟아졌다.


결국 정부는 마지막 히든카드로 세제·금융·수요관리책을 망라한 '10·29대책'을 내놨다.


양도세 중과와 주택담보대출 억제,주상복합 분양권 전매금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10·29대책 발표 이후 주택시장은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주택시장을 휘젓던 투기세력이 빠지면서 지난해말부터 집값은 5년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국 집값 지수는 지난해 10월 101.7에서 지난달에는 99.4로 떨어졌고,미분양 아파트도 최근 한달 새 2만가구나 늘어났다.


서울 동시분양 청약경쟁률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참여정부가 매달렸던 집값과의 전쟁은 일단 정부의 판정승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땅값불안 해소는 숙제


정부가 집값과의 전쟁을 치르는 사이 이번에는 토지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신행정수도 및 공공기관 지방이전,신도시 개발,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참여정부의 지방분권화 정책들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면서 투기세력이 땅으로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올들어 정부가 신국토구상,토지 규제완화 등 국토정책 기조를 뒤흔들 만한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토지시장 곳곳에 심상치 않은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전국 땅값은 3.43% 오르는 데 그쳤지만 내용을 보면 우려할 만하다.


지난해 분기별 땅값 상승률은 △1분기 0.41%에서 △2분기 0.47% △3분기 1.06% △4분기 1.45% 등으로 갈수록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


지역별로도 DJ정부 시절에는 서울과 수도권 위주로 움직였지만 참여정부 들어 수도권·충청권은 물론 개발재료가 있는 전국 대부분 지역의 땅값이 들먹이는 등 불안조짐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토지시장 불안은 주택보다 훨씬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투기 예방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토지규제를 풀 경우 경제 전반에 걸쳐 엄청난 비용과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무엇보다 토지거래의 투명성과 지자체의 행정력 확보가 관건"이라며 "모래알처럼 따로 노는 기존 제도를 현실에 맞게 바꾸고,유기적으로 연계·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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