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한국사회는 변했는가. 정치권은 어떻게 개혁됐으며, 사회 기저에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는가. '3김 시대' 이후 첫 위정자로 나선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권위주의 등 낡은 관행을 떨치기 위해 탈(脫)권위와 국가혁신 작업을 과감하게 시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다양한 정치ㆍ사회적 갈등이 분출됐고, 경험과 역량이 부족한 새 집권 세력은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했다. 노사, 지역, 직업별 이익집단들은 온갖 형태로 의사를 표출, 1년째 겉돈 국정 현안도 한둘이 아니다. 지난 1년간 정치ㆍ사회 부문에서 빛과 그림자를 함께 던진 '10대 쟁점과 과제'를 정리해 본다. ◆ 코드인사와 주류ㆍ비주류 논쟁 =새 정부는 잘못된 기득권과 낡은 관행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386측근' '부산인맥' '재야' 등 오랜 측근들은 몇차례 개각과 2기 비서실 개편을 통해 서서히 빠져나가면서 코드 인사는 흐릿해지고 있다. "주류를 바꾸겠다"는 주장도 가라앉았다. 그러나 4ㆍ15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1당이 될 경우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논쟁거리다. ◆ 늘어난 사회적 갈등과제 ='대화와 토론' '시스템'으로 상징되는 노 대통령 특유의 해법은 이 방식에 익숙지 않은 이익 집단과 이해 당사자에게 의사표현의 장애를 없애줬다. 원점으로 되돌아간 부안 핵폐기장 건설을 비롯해 새만금 간척사업, 화물연대와 전교조 파업, 서울외곽순환도로와 경부고속철 노선문제,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등 각종 현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정책조정능력을 의심받았다. ◆ 급변한 리더십 =탈(脫)권위인가, 무(無)권위인가. 노 대통령의 거침없는 언변과 탈격식 행보는 이런 화두를 던졌다. 일선 검사들과 휴일에 토론을 했고, "대통령직 못해 먹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면서 필요한 권위까지 무너뜨렸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 대화ㆍ대면 행정 =노 대통령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세 차례 인터넷 조회를 했다. 실국장급 간부들과 특강, 세무ㆍ경찰ㆍ소방직 등 분야별 공무원들과 대화, 지자체장 초청 특강 등을 통해 국정운영방향을 직접 설파했다. 취임 초기부터 권력기관을 동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검찰 국세청 국정원은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검찰 수사만해도 야당은 편파수사라고 연일 비판하지만 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수사에 직접 개입한 흔적은 아직 찾기 어렵다. ◆ 해를 넘긴 재신임 제안 =지난해 10월초 불쑥 던져진 재신임 문제가 4개월이 지났지만 해법이 없다. 노 대통령은 지난주 "반드시 재신임 과정을 거치겠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유례나 관련 법규가 없어 방법은 마땅찮지만 철회도 어렵게 됐다. ◆ 끝없는 측근비리 =노 대통령의 '오른팔과 왼팔'인 이광재 안희정씨를 비롯해 최도술 양길승 전 비서관이 수사받고 구속됐다. 또 정부 바깥의 문병욱 강금원씨 역시 사법처리됐고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도 구설수에 올랐다. 최근에는 인척인 민경찬씨까지 의혹 속에 구속됐다. 국회의 측근도 상당수 불법자금 수수로 낙마한 상황이다. ◆ '10분의 1' 발언 =지난해말 4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 작심하고 한 발언이다. 이후 검찰수사가 본격화, 정치권에는 초강력 태풍이 계속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치개혁을 촉진했지만 수사의 중립성을 해친 발언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어 지난해 12월18일 노사모 등이 모인 야간집회에서는 '시민혁명' 발언을 해 평지풍파를 불러 일으킨 적도 했다. ◆ 대선ㆍ경선자금 수사확대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이 논란 끝에 양분됐고 열린우리당 의석은 4분의 1에 못미쳐 노 대통령은 그간 '지독한 여소야대'로 국정을 꾸려왔다. 이런 처지에서 택한 정치개혁 전략은 검찰수사로 낡은 정치를 일소한다는 것. 원내 최측근이었던 정대철 이상수 이재정 의원이 구속되고 야권에서도 상당수 거물급이 잡혀갔다. ◆ 언론관계 =건전한 긴장관계'를 내세운 노 대통령은 초기 언론을 몰아세우는 발언도 많이 했다. 일부 언론과는 과도한 긴장관계가 조성됐고, 이를 사회분열의 시발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새 정부의 언론관이 급변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