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주주총회 날짜가 다음달 12일로 확정됐다. 2대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은 참여연대의 중재도 거절한 채 표대결 의지를 다지고 있어 주총장에서의 결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만약 주총에서 소버린이 승기를 잡는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SK㈜는 SK그룹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계열사가 이 회사의 우산 아래 놓여 있다. 주총의 결과에 따라서는 고작(?) 1천7백86억원을 동원한 외국계 펀드에 자산 50조원 규모의 국내 3위 그룹이 통째로 넘어가게 된다. 기가 막힐 일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SK㈜는 유일한 순수 국내 자본의 에너지 기업이다. 이 회사가 외국인 손에 넘어간다면 순수 토종 자본의 정유사는 이 땅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 '에너지 주권 상실'에 대한 우려가 괜한 걱정이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덤'으로 넘어가게 되는 SK텔레콤은 국내 최대 이동통신 회사가 아닌가. 애지중지 키워온 2개의 토종 기간산업체가 실체를 알 수 없는 외국 자본에,그것도 2천억원도 안 되는 '소액'에 팔려 간다는 데 끌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SK㈜는 얼마 전 주요 일간지에 "대한민국의 힘입니다"라는 헤드카피의 전면광고를 냈다.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이 토종 기간산업체를 위협하는 외국 자본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해 달라는 SK㈜의 읍소일 것이다. 사실 이제 모든 것은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의 손에 달렸다. 아무리 수익성을 앞세우는 투자자들이라지만 자본의 세계화라는 세찬 파도에 국민경제를 그대로 내맡겨도 괜찮은가 하는 점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난해 말 하나·신한·산업은행 등은 SK㈜ 자사주 일부를 떠안아줬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의 말대로 국가 기간산업이 외국인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SK네트웍스의 채권은행인 이들이 SK㈜ 협력 없이는 SK네트웍스의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다. 산업자본의 금융지배가 금지돼 있는 한국에서 자본의 국적성을 제대로 인식해야 하는 것은 '토종 금융자본'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LG카드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 훼방을 놓은 것은 다름 아닌 외환은행과 한미은행이었다. 이들의 대주주는 소버린과 다를 게 없는 론스타와 칼라일이다. 이들에 한국 금융시장의 혼란을 함께 막아보자는 호소는 애초부터 먹힐 리 없었다. 소버린처럼 '뜨내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던 칼라일은 한미은행을 인수한 지 1년도 안돼 매각을 서두르더니 급기야 초대형 은행인 씨티은행의 입에 한미은행을 털어넣었다. 단숨에 7천억원의 차익을 거두면서 말이다. 이들이 주력한 것은 수많은 직원들을 비정규직으로 내몰아 회사 가치를 높이는 일이었다. 소버린이 SK㈜의 경영권을 넘겨 받는다면 이들이 할 일도 뻔하다. SK텔레콤 등 값 나가는 계열사 지분을 팔아치우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그 다음 수순은 말할 필요도 없다. SK그룹의 그간 잘못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분식회계,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 지탄받아 마땅할 일을 많이 저질렀으며 그에 대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중이다. SK㈜는 투명경영을 담보하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SK㈜를 투명하게 만들겠다며 노름판의 본고장 모나코에서 날아온 소버린에 대해 우리는 아직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다. 기관투자가들과 소액주주들이 국적 자본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j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