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외교ㆍ안보 분야의 경험과 식견이 부족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결점을 훌륭히 보완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딕 체니 부통령이 여러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재선을 앞둔 부시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고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와 타임 최신호(2월16일자)가 동시에 보도했다. 체니 부통령은 어둡고 침울한 이미지에다 어쩌다 한번씩 언론을 통해 말하는 내용이라고는 거의 예외없이 적대국의 위협을 거론하거나 유엔이나 동맹의 가치를 폄하하는 일방주의적 견해였다. 더욱이 부통령 취임전 몸담았던 에너지 업체 핼리버튼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나 자신의 사건을 담당한 판사와의 `부적절한 나들이' 등으로언론의 집중적인 조명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뉴스위크는 체니 부통령이 9.11 테러 이후 "모처"로 사라진 이래 이따금씩 나타나서는 테러리스트부터 생물학 또는 핵 무기까지 온갖 위협을 거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체니 부통령은 영화속에서 악당을 물리치는 멋진 사나이 역의 게리 쿠퍼보다는 전쟁광인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와 더 비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뉴스위크는 지적했다. 타임도 체니 부통령이 부시 대통령 진영 안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더욱 강력히대량살상무기(WMD)의 위협을 앞장서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WMD의 진위에 대한논란으로 부시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는 상황이어서 체니 부통령의 이같은 전력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갖가지 비리 의혹이 거론되는 핼리버튼이 공교롭게도 이라크 전쟁을 통해 가장이득을 본 업체라는 사실도 체니 부통령에게는 곤혹스럽기만 하다. 급기야 법무부는체니 부통령이 경영자로 재직중이던 시기의 핼리버튼 비리에 대해 조사를 시작해 결과에 따라서는 그가 비리 사건과 관련한 조사 대상에 오를 수도 있다. 체니 부통령이 자신이 주도한 에너지 태스크 포스와 관련한 자료의 공개 여부를둘러싼 송사에서 재판을 맡은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원 판사와 오리 사냥을 함께 떠난 일은 야당에 더없이 좋은 공격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모든 일들은 체니 부통령이 오는 연말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의 표를 깎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타임은 자사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체니 부통령이 부시 대통령의 러닝 메이트로 나서야 한다는 응답과 부시 대통령이 러닝 메이트를 바꿔야 한다는 응답이 각각 43%와 42%로 거의 대등하게 나왔다고 밝혔다. 타임은 "한때는 부시 대통령의 결점을 보완해 준다던 체니부통령이 이제는 그의 부채를 증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두 시사주간지는 부시 대통령이 러닝 메이트를 교체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뉴스위크는 "체니 부통령의 불편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이 11월 선거에서 부통령 후보를 교체할 것을 시사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의리가 강한 사람이며 누가 뭐라고 하건 체니 부통령의 조언을 필요로 하고 존중하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