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아시아 최초로 발견된 1백여점의 사람 발자국 화석은 중기 구석기 시대인 약 5만년 전 한반도에 사람이 살았음을 직접 확인시켜주는 증거다. 또 새 말 사슴 발자국 등 수천점의 동·식물 화석도 함께 확인돼 제주도는 선사시대 생태 및 인류학 연구의 보고(寶庫)임을 입증하고 있다. 사람 발자국은 세계적으로도 발견사례가 희귀해 이번 발견이 탄자니아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이탈리아 프랑스 칠레에 이어 일곱번째다. 제주도 사람 발자국은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직전 단계인 호모사피엔스의 것으로 아시아에서는 최초의 발견이다. 한반도인의 신체구조 등을 유추할 귀중한 자료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류의 이동경로 해석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평가된다. 제주도에서는 과거 북제주군 애월읍 빌레못 동굴에서도 석기,목탄류 등이 순록 황곰 등의 동물 화석과 함께 발견된 바 있어 다른 구석기 유적과의 관련성도 유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 발자국과 함께 발견된 동·식물 화석들도 주목된다. 우선 그 종류가 말 코끼리 사슴 새 연체동물 식물 등으로 다양하다. 길이와 폭이 7∼9cm로 원형에 가까운 말 발자국의 경우 미국과 탄자니아에서만 발견사례가 보고돼 있을 정도로 희귀하다. 특히 발자국 뒷부분에 나타난 '역V자(字)' 모양은 제주말의 기원을 규명하는 증거로서 몽골말 유입 이전에도 제주도에 말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직경 20cm의 원형에 가까운 코끼리 발자국도 미국 탄자니아 아르헨티나 일본에서만 보고돼 있는 상태. 북한에서는 코끼리 이빨 화석이 발견됐으나 남한에서 코끼리가 살았던 흔적이 나오기는 처음이다. 사슴 발자국은 길이 7∼8cm의 화석이 1천여점이나 확인됐고 새 발자국도 2백여점 이상이다. 새 발자국의 경우 길이 15cm가 넘는 큰 것과 물갈퀴 자국이 있는 것 등 8종 이상이 확인됐고 연체동물,절지동물,목련잎으로 추정되는 나뭇잎 화석 등도 함께 발견됐다. 전문가들의 현지조사 결과 이번 화석이 발견된 곳은 신생대 제4기 후기 플라이스토세에 물속 화산의 분화활동에 의해 형성된 응회암 퇴적층이다. 이번 화석을 발견한 김정률 한국교원대 지구과학과 교수는 "앞서 이런 화석이 발견된 6개국 중에서도 탄자니아와 케냐,이탈리아 등 세 곳만 사람 흔적임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나머지 세 곳의 발자국은 유인원 발자국인지 곰 발자국인지 분명치 않다"면서 "제주도 것이 가장 확실하고 가장 분명한 사람발자국 화석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