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2대주주인 소버린 자산운용은 29일 SK㈜ 사외이사 후보로 대통령 비서실장과 외교통상부 장관을 역임한 한승수 전 유엔총회 의장(한나라당 의원) 등 국내 저명인사 5명을 추천했다. 이에 대해 SK측은 '선별적인 수용' 의사를 내보이며 곧 독자적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을 공개할 뜻을 밝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SK-소버린간 정면대결이 불가피해 졌다. ◆SK "소버린 이사회장악 의도" 소버린은 이날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인사들을 추천,이사회를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소버린이 추천한 5명은 한 전 의장을 포함해 김진만 한빛은행 초대 은행장,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남대우 전 한국가스공사 사외이사,김준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겸 힐스 기업지배구조 연구센터소장 등이다. 이들 가운데 남대우 김준기씨는 감사위원 후보로 함께 추천됐다. 소버린은 예상과 달리 명망가들을 이사 후보로 내세워 과반수 확보에 나섰으며 만일 주총에서 승리한다면 주총 뒤 개최되는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교체까지 시도할 수 있게 됐다. 소버린은 이와 함께 참여연대에서 제안했던 집중투표제와 전자·서면투표제 도입,내부거래위원회 신설 등 소액주주 권리강화를 위한 SK㈜ 정관개정안을 제시하고 주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소버린의 제임스 피터 대표이사는 "오늘 발표된 SK㈜ 이사 후보는 경륜과 전문성 독립성에 있어 누구나 수긍할 수 있을 만한 명망있는 분들"이라며 "소버린만이 아닌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노력할 분들로 SK㈜ 주주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선" 한 목소리 소버린이 추천한 5명은 각 분야 명망가로 구성됐다. 특히 시장경제 개혁이나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의 활동을 많이 한 인물들이다. 김준기 교수는 연세대가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세계은행 등과 공동설립한 '힐스 기업지배구조 연구센터' 소장을 맡을 만큼 이 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참여연대 인사들이 주축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운영위원장을 지낸 김 교수는 "미력하지만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전 의장도 경제 부총리와 외교통상부 장관 등을 역임,기업 뿐 아니라 경제 전반을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한국 경제의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 후보로 나섰다"며 "주주가 판단해서 선택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한 전 의장은 특히 "SK측이 다른 후보를 내세운다면 선의의 경쟁이 돼 한국 경제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표대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밖에 김진만 전 행장은 금융분야 전문가로 바른경제동인회에서 활동했으며 조동성 교수는 기업가치평가나 지배구조 연구 등에 식견이 있을 뿐 아니라 미국 걸프사에서 국제전략개발팀장을 지내는 등 석유전문가로도 알려져 있다. ◆SK,독자지배구조개선안 낸다 소버린이 이사후보를 내세움에 따라 SK측은 고민에 빠졌다. 후보들이 무시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명성을 인정받고 있어서다. SK㈜ 관계자는 "사회적 명망있는 인사가 반드시 회사에 보탬이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누구라도 동의할 만한 사람이라면 SK측에서도 이사후보로 추천할 수 있다"며 선별적인 수용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SK그룹 관계자는 "정관개정과 이사후보 제청 등 소버린측의 요구사항을 법과 정관에 따라 검토하고 대처할 것"이라며 전면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SK㈜는 사외이사 후보를 포함해 SK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 표심을 잡기위한 최태원 회장측과 소버린간 분쟁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c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