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우리 나라와 주요 경쟁국 통화 중 원화만 미국 달러화에 대한 환율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의 이 같은 저평가는 상당 부분이 정부의 강력한 시장 개입에 따른 효과로추정되고 있어 정부의 개입 여력이 점차 약화되는 현재의 상황에 비춰 올해에는 원화 절상 압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27일 재정경제부가 발간한 월간 경제동향 자료 1월호에 따르면 2003년 말 현재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종가 기준)은 1천192.60원으로 2002년 말의 1천186.20원에비해 0.5%가 상승했다. 그러나 원화와 달리 대부분의 경쟁국 통화는 세계적인 달러 약세 현상을 반영해달러화에 대한 환율이 2002년 말보다 떨어진 것으로 조사돼 대조를 보였다. 일본 엔화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 개입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2002년 말의 달러당118.52엔에서 지난해 말에는 106.99엔으로 10.8%나 떨어졌으며 홍콩 역시 7.7991홍콩 달러에서 7.7641홍콩 달러로 0.5%가 하락했다. 대만도 지난해 말의 환율이 달러당 34.03대만 달러로 2002년 말에 비해 2.1%가떨어졌고 타이도 달러당 43.21바트에서 39.62바트로 9.1%가 내렸다. 주요 경쟁국 중에서는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과 말레이시아만 2002년말과 같은 수준의 환율을 유지했다. 원화 환율이 지난 2001년 말의 1천313원50전에서 2002년 말에는 10.7%나 떨어진점을 감안할 때 지난해의 이 같은 현상은 대규모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과 세계적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정부의 적극적 시장 개입이 이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일본이 환율 안정을 위해 2천억달러를 투입하고도 최근 105엔선까지 밀린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규모가 작은 서울외환시장을 완전히 시장에 맡겼다면 아마 1천원 아래로 벌써 밀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의 적극적 개입과 연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발행, 역외선물환(NDF) 거래 규제 등으로 더 이상 정부가 개입할 수단이 소진되고있는 반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일본 등 아시아 경제 회복 전망이 맞물리면서 올해에도 원화 가치 절상 압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외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각국의 경제가 회복되는 가운데 미국의 경상수지가 적자 상태여서 적어도 펀더멘털상으로는 원화 등 아시아 통화 강세 요건이 갖춰져 있다"고 진단하고 "올해에도 환율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계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