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상원이 지난 22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만장일치로 전격 처리함에 따라 우리 국회에서의 FTA동의안 처리여부가 주목된다. 칠레는 대통령의 서명과 공포 절차만 남겨놓고 있지만 FTA가 발효되기 위해선한국에서도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따라서 공은 이제 우리 국회로 넘어온셈이 됐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30일과 지난 1월16일 본회의에서 두 차례 FTA비준동의안 처리를 시도했으나 농촌 출신 의원들의 저지로 무산된 바 있다. 이에따라 동의안 처리는 또다시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은 지난 16일 동의안 처리가 무산된 뒤 "내달 9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면서 "의원들이 저지할 경우 경호권을 발동해서라도 처리하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농촌 출신 의원들도 여전히 FTA처리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2월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 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의원은 24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국회에서 두차례 동의안을 저지할 때와 비교해 볼 때 농민들을 설득할 만한 상황변화가 없다"면서 "행정부가 농촌에 대한 제대로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농촌 의원들은 오는 4월 17대 총선을 앞두고 FTA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농민표'를 의식, 국회에서 동의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몸을 던져서라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이들은 FTA안이 향후 쌀시장개방 및 DDA(도하개발아젠더)협상에 그대로 적용돼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예 국회에서의 FTA 동의안 처리를쌀시장개방 및 DDA협상 이후로 미루자고 주장, 국회처리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이에 박 의장은 오는 28일께 `농촌당' 의원 10여명과 오찬회동을 갖고 FTA동의안에 대한 원만한 처리를 당부할 예정이어서 이날 회동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각 당 지도부도 FTA 처리를 위해 부산히 움직이고 있다. 곧 총선국면이 본격화됨에 따라 2월 국회에서도 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17대 국회로 넘어가게 될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FTA 동의안 처리가 지연돼 대외무역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할경우 정치권이 이에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다.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은 최병렬(崔秉烈) 대표,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 공동명의로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FTA 동의안에 대한 원만한 처리를 호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주도로 그동안 정부에 대해 FTA 체결에 따른 철저한 농민대책을 촉구, 그나마 특별법 제정 등 성과를 얻어냈다고 `홍보'하고 있다. 홍사덕 총무는 "농촌 의원들도 자신들의 입장을 충분히 알렸으니 당당하게 표결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내달 임시국회를 앞두고 동의안 처리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대도시 출신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이미 당론으로 FTA동의안 찬성 입장을 정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