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두고 발생한 조류독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베트남 정부가 가금류 전면 살(殺)처분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베트남 정부는 16일 오후 조류독감이 발생한 12개성에 대해 닭과 오리 등 모든가금류를 살처분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베트남 최대도시 호치민시 당국이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식량기구(FAO)의 권고에 따라 모든 가금류의 판매를 금지한 데 이어 나온 조치로 앞으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농림개발부 수의국 관계자는 WHO와 FAO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조류독감 차단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조류독감이 발생한 12개성에 대해 이런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수백만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돼 사육농가들의 피해가 우려되지만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금까지 베트남에서는 조류독감 추정환자가 18명이 발생해 이 가운데 13명이목숨을 잃었다. 입원가료 중인 나머지 5명 가운데 3명은 조류독감 바이러스인 H5N1테스트 결과 음성반응을 보였으나 보건당국은 아직 최종판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상황이다. 사망자 중 4명이 조류독감에 감염됐음을 확인한 WHO는 실험 결과 일부가 병든가금류의 배설물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봅 디츠 WHO 베트남사무소 대변인은 "지금까지 조류독감이 사람들에의해 전염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WHO는 지금까지 실험 결과 H5N1균이 가금류에서만 검출됐을 뿐 사람에서 나온 경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조류독감 유사증세로 입원가료 중 사망자까지 발생한 가족의 경우를 살펴볼 때 인체에 의한 감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유럽연합(EU)도 WHO의 요청에 따라 조만간 베트남에 데이비드 번 보건담당집행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전문가들을 파견할 계획이다. (하노이.호치민시=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