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나일강 부근 투탕카문왕 유모무덤 근처에서 발견된 사자 미라는 파라오들이 이 덩치큰 백수의 왕도 신성시했던 것이 아닌가하는 오랜 의혹을 확인시켜주었다고 프랑스 고고학자들이 15일자 영국의 주간 과학지 네이처지에서 주장했다. 프랑스 고고학자인 알랭 지비는 이 고대 이집트의 무덤에서 처음 발견한 완전한형태의 사자 미라는 3천여년 전 '신성한 동물로서의 사자 신분'을 확인시켜준 것이며 동물숭배의식에 사자도 포함돼 있었음을 뒷받침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사자 미라는 지비가 이끈 프랑스 연구팀이 2001년 11월 이집트의 소년왕으로 유명한 투탕카문의 유모 마야의 무덤을 발굴 중 발견했다. 3천500년 된 이 무덤은 고대이집트의 첫 수도였던 카이로 남쪽 멤피스로부터 나일강 건너편인 사카라무덤지역에 위치해 있다. 사자 미라가 발견된 장소는 고양이 여신 바스테트에게 헌정된 무덤지역 안이었다. 사자 미라는 인간 미라들과 달리 아마포로 동여매져있지 않았다. 지비는 뼈와 치아들의 상태가 닳은 것으로 봐 이 사자는 늙을 때까지 살았으며갇힌 상태에서 키워졌음을 보여준다고 추정했다. 그는 이 사자는 마야의 소유로 믿어지지는 않지만 훨씬 뒤에 무덤에 묻힌 것으로 보인다며 바스테트의 아들 신인 마헤스의 화신으로 간주됐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사자의 유해는 바위 위에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몸을 웅크리고 머리는 북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 이집트학 학자는 이 발견은 고대 의식에 대한 지식에 중요한 기여라고 평가했다. 과거 비비와 따오기, 물고기, 고양이, 개, 악어 등을 위한 거대한 무덤이 발견된 적은 있다. 그러나 사자처럼 덩치 큰 동물을 미라로 만드는 것은 경비도 많이 들고 힘드는 작업이었을 것이다. 미국 시카고대학교의 이집트학 학자 에밀리 티터는 "이것은 예사 사자가 아니라중요한 사자"라고 말했다. 다른 연구자들은 지비의 보고는 몇가지 의문점을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와이오밍주 코디의 버펄로 빌 역사연구소의 법의학 인류학자 로버트 피커링은수천년 동안 무덤의 환경에 영향을 받았을 것임으로 뼈들의 색깔이 바랜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아마포에 감싸여있지 않은 것도 미라화를 뒷받침해주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자는 의식의 일부로 무덤에 넣어졌던 다른 동물과는 달리 취급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피커링은 말하고 "아마도 이 사자의 중요성은 신의 대리로서라기보다는 가족의 애완동물로서가 아닌가 한다"고 주장했다. 사냥꾼들은 B.C.1천100년 무렵 이 지역의 사자인구를 거의 멸절시킨 것으로 기록돼 있다. 벽화 등을 보면 파라오 아멘호텝 3세는 한번 사냥 때 100마리 이상의 사자를 죽인 것으로 나타나있다. 그런가하면 람세스 대왕은 '자기 적들의 학살자'란 이름의 애완 사자를 키우고있었다고 티터는 말하고 "그들이 신의 상징을 죽이고 희생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들은 사자를 보며 신을 죽인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손재국 기자 jk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