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새벽 화재로 4명이 목숨을 잃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2가 M고시원은 당시의 급박한 대피와 구급상황을 대변하듯 아수라장이었다. 4층 상가건물 가운데 3층에 위치한 90평짜리 고시원의 복도는 불에 타다만 투숙객들의 신발과 옷가지가 어지럽게 널려있었고, 각 방의 창문들은 대부분 깨져있었다. 고시원은 매케한 냄새가 가시지 않은 채 화재열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고 같은건물의 1층 화장품가게와 2층 커피숍, 4층 가정집의 외벽 타일은 심하게 그을려 앙상한 모습이었다. 1인실과 2인실 44개 방을 갖춘 M고시원은 1인실의 경우 1달에 18만∼22만원, 2인실은 28만∼30만원을 내고 고시공부보다는 잠자리로 이용하며 노동자들이 어렵게생활하는 곳이다. 90평의 공간에 1∼2평짜리 방들이 중앙복도를 중심으로 생선가시처럼 다닥다닥붙어 있고 나무 칸막이로 돼 있어 불이 쉽게 번져 사상자도 많이 발생했다. 투숙객 권모(43)씨는 "지방에서 올라와 건설 일용직과 공장일을 하는 사람들이대부분"이라며 "졸지에 쉼터를 잃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불이 난 314호에서 투숙객이 담배 냄새를 없애기 위해 촛불을 켜놨다가 대형화재로 번질 정도로 고시원은 금연건물이지만 밤에 술자리가 잦은 가운데 항상 담배연기가 자욱했다고 투숙객들은 전했다. 고시원 건물이 매산시장내에 위치해 시장 상인들은 불이 번질까 전전긍긍했지만다행히 진화가 빨리돼 안도했으며, 일부 상인들은 속옷 차림으로 대피한 투숙객들에게 옷을 건네주기도 했다. 투숙객 가운데 연고지가 없는 19명은 팔달구청으로 긴급대피해 몸을 녹이고 있다. 맨발로 급히 대피한 일부 투숙객들은 몸을 떨며 고시원 건물과 1㎞안에 있는 권선구청에 대피하려 했지만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해 5㎞밖 팔달구청으로 이동하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수원=연합뉴스) 신기원 기자 lalal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