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2년 2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문병욱 썬앤문 그룹 회장(구속)에게 경선자금 지원을 직접 요청, 5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새롭게 알려졌다. 또 한나라당 고흥길 박원홍 정병국 황우여 의원이 썬앤문으로부터 1천만~2천만원씩을 받은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후보경선부터 당선 후까지 문 회장을 유세장 근처나 청와대 등에서 네차례 가량 직접 만날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나타나 측근비리 수사과정에서 제기된 '감세청탁'과의 연관성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8일 검찰 조사자료 등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둔 2002년 2월 하순께 문 회장에게 만나자고 전화를 걸어 경선 기탁금 지원을 요청했다고 문 회장이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노 후보는 문 회장을 만나 "경선 기탁금을 내야 하는데 돈 마련할 데가 마땅치 않다. 좀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문 회장은 이틀 뒤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북에 있는 V호텔에서 노 후보측 보좌관을 만나 5천만원을 줬다는 것. 5천만원에 대해서는 이틀 뒤 민주당 부산북과 강서을 지구당 명의로 영수증을 받았다고 문 회장은 진술했다. 검찰도 이에 대해 "당시 돈은 모두 영수증 처리된 합법적 정치자금으로 발표할 필요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행적들을 놓고 문씨가 '일반적인 후원자'의 의미를 넘어선 인물이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썬앤문의 국세청 상대 감세 로비와 관련, 감세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손영래 전 국세청장에게 대통령이 청탁전화를 했다는 의혹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손 전 청장이 2002년 4∼6월 국세청 홍모 전 과장 등에게 5차례에 걸쳐 감세를 지시, '최소 추징세액' 71억원을 23억원으로 낮춰 주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에 대해 뚜렷한 배후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손 전 청장이 썬앤문 감세를 위해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검찰에 의해 파악된 시점인 2002년 4∼6월은 노 대통령이 문씨로부터 경선 기탁금 명목으로 5천만원을 지원받은지 2∼3개월 후로 시기적으로 민감한 관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한편 검찰에 따르면 김성래 전 썬앤문 부회장은 2002년 12월초 고흥길 박원홍 전병국 의원에게 각각 2천만원을, 황 의원에게는 1천만원을 제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당의원들은 이에 대해 "영수증 처리한 적법한 돈" 또는 "금시초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