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경제는 내수경기의 극심한 불황과 카드채 문제,그리고 정치 불안으로 어려웠다. 반면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소수의 수출 주도형 기업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국제 위상을 높여주고 한국 브랜드의 가능성을 보여준 해이기도 했다. 올 들어서도 아직까지 우리 경제는 지난해 흐름에서 크게 바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해의 교훈을 짚어보고 준비한다면 실수를 다시 범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얻은 첫번째 교훈은 기업이 내수시장만 가지고는 불황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다. 기업은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내수와 수출을 균형있게 가져가야 하며,제조업의 경우 수출시장 개척은 필수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철강,조선산업에서는 내수경기가 침체한 것보다 수출이 더 늘어나 사상 최대 이익을 남긴 기업들이 많다. 반면 내수에만 기반을 둔 의류업계,음반업계 등은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심한 불황을 겪어야만 했다고 한다. 외환위기 때도 보았듯이 국내 경제가 나빠지면 환율이 올라가고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에 수출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즉 내수경기와 수출경기는 이와 같이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내수와 수출을 병행하는 기업만이 경기 사이클에서 오는 '널뛰기'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것이다. 제조업에서 얻은 교훈이 수출의 중요성이라면 금융업에서 얻은 교훈은 '레밍현상(lemming effect)'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아메리카의 레밍이라고 하는 들쥐는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다 한 마리가 낭떠러지로 떨어지면 모두 뒤따라 떨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레밍과 같은 행태를 금융회사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도 외환위기 이전에 금융회사들이 대기업에 대출을 집중하다가 환란 이후에는 모두 개인에게 대출을 집중한 것이 그 예다. 그것도 온갖 판촉 수단을 동원해 경쟁적으로 개인에 대한 대출을 늘렸는데 이것이 카드회사의 부실을 초래했다. 기업에서 상품을 팔듯이 '대출세일'을 하는 금융회사들도 많았다. 이러한 과당경쟁은 앞에서 벌고 뒤에서 밑지는 장사를 유발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세번째 교훈은 화물연대 파업을 비롯한 각종 노사갈등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수년 동안 진행돼온 인력 감축 및 비정규직 채용을 중심으로 하는 구조조정이 그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기업의 구조조정은 지배구조의 개선,사업구조의 개선,기술개발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 근간이 돼야 하는데 우리 기업들은 인력 감축이라는 손쉬운 부분만 건드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물류 분야에서는 새로운 물류 기술의 발전 없이 '지입제'라는 인건비 절감 기법만 성행해 물류 종사자들의 집단행동을 유발하게 되었다. 반면에 경쟁력 있는 기업은 높은 임금을 지불하고도 기술개발 및 수출시장 개척을 통해 많은 이익을 내는 노사간 윈-윈 관계를 형성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얻은 교훈은 경제와 정치는 될 수 있는 한 서로 멀리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정당이 불법으로 정치자금을 기업에서 모금하고 기업이 이러한 요구에 응하게 되면 둘 다 낭패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은 기업과 정치인들을 사명감을 가지고 감시하는 정부기관과 시민단체들이 많기 때문에 윤리적인 면을 차치하고라도 실리적인 면에서도 검은 돈은 멀리 하는 것이 좋다.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감시기관을 '워치도그(watch dog)'라고 하는데 마치 경비견이 집을 지키듯 정부와 시민단체가 기업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다. 그리고 은밀한 곳에서 주고 받은 검은 돈은 때가 되면 반드시 백일하에 드러나 정치인과 기업 모두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금 보고 있다. 올해는 세계경제의 본격적인 회복과 내수경기의 불황 탈출을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 풍성한 결실을 거두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wchu@car123.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