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년간 로마 가톨릭 교황청 수장 자리를 지켜온 교황 요한 바오로2세(83)는 노환으로 건강이 쇠약해지면서 이른바 `아파트'로 불리는 측근그룹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이 22일 보도했다. 신문은 교황청 소식통들의 말을 빌어 `아파트'는 교황이 살고 있는 사제궁을 빗대 교황의 최측근 그룹을 통칭하는 말로 쓰인다며 교황의 눈, 귀 및 통역관으로서의`아파트' 역할이 점차 더 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일례로 교황청이 이탈리아 정부측에 전화로 무엇을 요청할 경우 `아파트가 이것을 원하신다' 또는 "아파트가 그것을 처리해 주길 바란다'는 식으로 표현한다는 이탈리아 관리의 말을 전했다. 신문은 `아파트'를 이루는 교황청 핵심인물로는 로마 가톨릭 교리를 관장하는조지프 라칭거 추기경, 교황청 총리 겸 국무성 장관인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 교황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레오나르도 산드리 신부라고 밝혔다. 또 교황의 오랜 측근이자 비서로 일해온 스타니슬로 드지위스즈 대주교와 이탈리아 주교회의 의장인 카밀로 루이니 추기경 등이 아파트 그룹에 속해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한편 신문은 교황 전기작가인 조지 위겔의 말을 인용해 "교황이 아무런 일도 할수 없는 상태에 빠졌다는 일각의 보도는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이라며 교황이 비교적안정된 상태에서 집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파키슨병 등 노환이 악화돼 머지 않은 장래에 서거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던교황과 지난 15일 식사를 함께 한 위겔은 "교황이 지난 10월 자신의 교황 취임 25주년 기념미사를 집전할 때 보다 눈에 띄게 더 건강해 보였다"고 말했다. 위겔은 "지난 10월 당시 교황의 서거가 임박했다고 생각했었는 데 교황은 또다시 우리의 생각이 잘못됐음을 보여줬다"며 "교황의 언어 표현력은 이전보다 오히려나아지고 정신도 또렷해졌다"고 강조했다. 위겔은 그같은 판단의 근거로 교황에게 중세시절 캔터베리 대주교인 토머스 베켓의 죽음을 소재로 한 T.S. 엘리어트의 시집을 선물하자 교황이 곧바로 시집의 이름을 댄 사실을 들면서 교황은 자신이 받은 책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신문은 그러나 거동이 불편한 교황 요한 바오로2세는 서거설이 나돌 만큼 건강이 나쁘지는 않지만 파킨슨병으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손도 많이 떠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교황 대변인인 주아킨 나바로 발스 추기경은 지난주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교황은 최근들어 메시지를 직접 쓰지 않고 구술하고 있다"며 "그러나 구술된 문서 초안에 대해서는 손수 교정을 보고 있다"고 교황의 근황을 전했다. 신문은 또 교황은 더이상 예전처럼 하루 18∼20시간씩 집무를 보지 못하지만 그의 하루일정은 여전히 미사집전, 손님영접 등으로 꽉 차 있다는 교황청 관리의 말을전하면서 교황의 일상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황청이 노력중이라고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