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17일 기자회견에서 대선자금 특검법에 대한 `협의착수' 입장을 밝혔지만 특검법 마련을 위한 협상은 초반부터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측근비리의혹 특검 추진 당시 우군이었던 민주당, 자민련과공동으로 대선자금 특검법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일단 두 당의 입장은 측근비리특검 추진 당시의 우호적 분위기가 아니다. 또 대선자금에 대해 막바지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도 한나라당의 움직임과 관련, "정치권에서 불법 자금 제공자들을 상대로 진술하지 못하도록 협박하는 움직임도 있다"며 "누가 뭐라든 지금 이 수사를 되돌릴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당내에서도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가 대선자금 수수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검찰에 출두한 뒤 감옥행을 자처해 분위기 반전 가능성이 있는 시점에 대선자금특검 카드를 꺼낸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홍사덕(洪思德) 총무는 1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특검논의는 아직 좀 지켜봐야 한다"며 "민주당의 반응이 영 그렇다"고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대선자금 특검이 한나라당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한 반격으로 비쳐지는 것을 최소화하려면 타정당과 공동보조를 취해야 하지만 대선자금에 대한 특검론을 제기했던 민주당 마저도 최 대표의 특검협의 입장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상임중앙위에서 "한나라당은 대선자금 사건의 피의자인데 특검을 내겠다는 것은 합당치 않다"며 "민주당은 대선자금 수사가 형평성을 잃거나 미진하다면 독자적으로 판단해서 언제라도 특검법을 제출하겠다"고 `독자노선' 입장을 밝혔다. 특히 조 대표는 한나라당 최 대표가 제의한 `국회의장 특검임명'과 `특별수사검찰청' 추진 방침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밝힘에 따라 설령 논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양측간 적지않은 논란을 예고했다. 측근비리특검법 당시의 `한-민공조' 양상으로 비춰진데 따른 호남민심 동요가감안된 것이어서 입장변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 자민련도 "한나라당이 대선자금 특검을 추진할 자격이 있느냐"며 특검추진을 비판하고 나섰다. 협의대상자들의 입장이 이런 만큼 한나라당으로서도 당분간 협상은엄두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검찰이 최 대표의 언급이후 강하게 반박한 것도 역시 한나라당에 부담이다. 500억여원의 불법자금 수수정당으로서 특검추진이 검찰수사에 대한 정략이자 압박용에 불과하다는 여론확산 가능성도 있다. 또 설령 특검이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여권의 대선자금 추가 규명이 가능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수사 추이와 정치권의 움직임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당내 비판론도 있다. 남경필(南景弼) 상임운영위원은 "특검추진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지만 시점이 좀빠르지 않았나 본다"며 "민주당으로 하여금 적극 추진토록 하고, 우리가 나서더라도검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최 대표가 이런 당 안팎의 상황을 알면서도 특검을 거론한점에서 검찰에 대한 엄포용이란 시각도 강하다. 특검추진이 아니라 협의라는 표현을쓴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해 검찰에 대해 여권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강도를 압박하기위한 것이란 얘기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 choinal@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