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시장의 '사담 효과'는 일단 기대 이상이었다.


사담 후세인 체포 후 처음 열린 15일의 시장반응은 '효과'라는 말과 어울릴 만했다.


세계증시에는 사담랠리의 시동이 걸렸고, 달러가치는 상승세로 반전됐다.


국제유가와 금값은 내림세로 돌아서고 국채가격도 떨어졌다.


후세인 체포로 이라크의 유혈사태가 종식되고 국제테러와 지정학적 불안이 완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사담 효과의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사담 효과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경상적자 악화와 같은 경제상황 자체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이라크 파병 예정국 주가상승 주도


사담 랠리의 시동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장한 뉴질랜드와 호주증시에서부터 걸렸다.


이날 양국 증시는 개장과 함께 1%가량 상승하며 그 열기를 일본 도쿄증시로 보냈다.


닛케이평균주가는 개장직후 1.3% 오른 뒤, 시간이 갈수록 상승폭을 키워 오전 11시 무렵에는 2.8%(2백83엔) 급등했다.


이어 장 마감때는 더욱 올라 상승폭이 3%를 넘었다.


서울증시는 도쿄시장의 열기에는 못 미쳤지만 2% 내외의 상승세가 장중 내내 지속됐다.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주요증시도 0.5~1%의 상승세를 탔다.


이날 세계증시의 특징은 한국 일본 호주 등 이라크 파병 및 전후 복구사업과 밀접한 나라일수록 상승폭이 컸다는 점이다.


후세인 체포에 따른 이라크정세 안정으로 복구사업이 본격화돼 중동특수를 누릴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국채값은 '후세인 체포-소비심리 개선-경제회복 가속화-금리상승'의 시나리오로 떨어졌다.


가격과 거꾸로 움직이는 수익률(10년물 기준)은 미 국채가 4.24%에서 4.31%로, 일본국채는 1.355%에서 1.360%로 올랐다.



◆ 반등에 나선 달러가치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는 개장과 함께 유로화에 대해 지난주말 종가인 유로당 1.2296달러에서 1.2195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엔화에 대해서도 달러당 1백7.78엔에서 1백8.40엔까지 올랐다.


시간이 흐르면서 외환시장의 사담 효과는 다소 기력을 잃었지만, 달러 상승세는 지속됐다.


월가의 투자자문업체 뱅크원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리안 세이는 "달러가 하락세를 멈춘 것도 의미있는 일인데, 이처럼 상승한 것은 주목할만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국제금값은 달러강세 영향으로 급락, 뉴욕상품거래소 시간외 전자거래에서 7달러(1.7%) 하락한 온스당 4백3.10달러에 거래됐다.



◆ 단명에 그칠 사담 효과


전문가들은 그러나 세계금융시장의 사담 효과는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외환시장의 경우 경상적자확대 등 미 경제의 펀더멘털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어 후세인 체포로 인한 달러 회복세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뉴욕의 투자자문업체 퍼스트알바니의 수석투자전략가 휴 존슨은 "이라크사태는 그동안 미 무역적자 심화 등의 경제적 요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한 달러약세 요인이었기 때문에 후세인 체포로 인한 달러강세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무라증권의 이코노미스트 닐 존스도 "증시에 나타나고 있는 사담 효과는 심리적 측면이 강하다"며 증시에서도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무리라고 진단했다.


증시의 초점이 다시 기업실적과 고용상황 등 펀더멘털 문제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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