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저항 세력의 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파병을 앞두고 있는 우리 나라의 민간인 2명이 30일 이라크 티크리트에서 피살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에 앞서 일본 외교관 2명과 스페인 정보장교 7명도 29일 이라크에서 공격을 받아 희생되는 등 저항세력은 이제 미군과 국제단체를 겨냥한 공격을 넘어서 동맹국및 파병 예정국의 외교관, 민간인까지 무차별 공격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는 양상이다. 다음은 영국 BBC 방송의 안보담당 프랭크 가드너 기자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는 이라크내 공격의 배후를 문답풀이를 통해 정리한 것이다. --이라크 내에서 계속되는 공격의 배후는 누구인가. ▲미군에 대해 빈발하고 있는 저강도의 `치고 빠지기식'의 공격과 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낳은 자살 차량폭탄 공격을 구별해야 한다. 연합군을 상대로 한 노상 폭탄공격이나 저격, 휴대용로켓발사기(RPG) 공격 등의 배후에는 후세인 추종세력과 전문훈련을 받지 않은 아랍권의 자원병들, 전쟁기간 미군 때문에 가족을 잃은 원한을 가진 이라크 민간인 등이 혼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대형 차량폭탄 공격의 배후에는 이라크 옛 정권의 인사들과 협력하고 있는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 세력의 개입을 어떻게 알 수 있나. ▲해외 개입의 문제는 아직 불확실하며 현재까지 단정적인 것은 아니다. 이라크전쟁 직전과 전쟁기간 `무자헤딘' 또는 `성스러운 전사들'이라고 불리는 아랍권의 자원병 수 백 명이 국경을 넘어 이라크에 들어왔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들은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북아프리카 등의 국가에서 왔다. 이들중 대부분은 전쟁기간 숨졌거나 이라크군의 신속한 패배에 실망해 고향으로 돌아갔으나 일부는 아직 이라크에 남아서 최근의 공격에 가담하고 있다. 미군에게 사살된 저항세력 중 일부가 갖고 있던 신분증을 보면, 아랍권의 자원병들이 연합군에 대한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고 이라크인들도 그들에게 협력하고 있다. 미군은 지난 27일 바그다드의 한 경찰서를 폭파하려다 실패한 한 남자가 시리아 여권을 소지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알-카에다의 개입을 식별해낼 수 있는 전술이나 기술적인 특징이 있나. ▲그렇다. 비(非)군사적 표적에 대한 대형 차량폭탄 공격은 알-카에다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그들은 (공격을)전문적으로 계획하고 수행하면서 때로는 동시다발적인공격을 자행했고, 대개 자살공격대가 이를 수행토록 함으로써 대중적인 효과를 극대화해왔다. 그들은 막대하고 무차별적인 민간인 피해를 유발해왔고 사건발생 이후에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법이 없다. --그들의 공격 기법이 점차 정교해지는 양상을 보이나. ▲그렇다. 폭탄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그들은 연합군의 보안조치들을 무력화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알 라시드 호텔에 대한 공격을 바로 그런 사례로 볼 수 있다. 연합군은 그들의 고위장교와 관리들이 콘크리트 벽의 보호 속에서 안전하기를 바랐었지만저들은 400m밖에서 발전기로 위장한 트레일러를 이용, 이 벽을 넘어 로켓공격을 감행했다. 27일 ICRC에 대한 공격에서는 구급차 내부에 폭탄을 숨기는 방법이 사용됐다. --그들은 무기를 어디서 얻나. ▲이라크는 무기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에 무기를 수입할 필요가 없다. --그들의 표적 선정 방법은. ▲연합군의 임무를 방해하려는 세력에게 이라크는 말하자면 '표적이 넘쳐나는 환경'이다. 이라크에는 15만명에 달하는 연합군 병사들이 있고 그들은 연합군 호송대가 이용하는 길을 알고 있다. 큰 표적은 더욱 신중하게 선정되며 옛 바트당 멤버들의 지시와 조언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유엔 사무소나 ICRC, 요르단 및 터키대사관, 미군에 협력하는 이라크 관리나 정부청사 건물 등에 대한 공격은 모두 이라크 통치를 불가능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기획된 것이다. 후세인과 알-카에다간의 연관관계는 입증된 바는 없으나 현재의 국면에서 그들은 공통점이 있다. 후세인 추종세력들은 미군에 대한 복수와 전쟁 이전 상태로의 복귀를 꿈꾼다. 알-카에다는 아랍과 이슬람 국가에 대한 미국의 침략과 점령이 실패하고 지난 83년 레바논과 그로부터 10년 뒤 소말리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군이 쫓겨가는 사태를 원하고 있다. --그들은 이라크 국민들의 지지를 받나. ▲지역과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바스라 인근의 남부에서는 후세인에 대한 혐오감이 깊기 때문에 저항공격은 미미한 수준이고 대개 밀수범이나 도둑, 이라크인들 간 원한관계 등에 의한 폭력사태가 대부분이다. 북부지역에서도 쿠르드족이 연합군에 저항하고 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이라크 중부와 바그다드 서부 및 북서부지역의 팔루자, 라마디, 바쿠바, 티크리트 등은 미군에 대한 강경한 저항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지역이다. 돈도 물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후세인 추종세력이 연합군을 공격하는 자들에게 지급하는 미 달러화 보상금 액수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미군에 어느 정도 위협이 되나. ▲미국의 평가와는 달리 이라크는 현재 지연되는 게릴라 전쟁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군은 거의 매일 죽어나가고 있으며, 이런 사태가 계속된다면 결국 부시 미 대통령이 너무나 큰 정치적 대가를 치러야 하는 시기가 올 수도 있다. 이라크 주둔 미군 규모는 너무 커서 미 국방부가 그들 모두를 보호해줄 수 없다. 그들은 이라크 치안확보라는 임무 수행을 위해 기지에서 나와 순찰을 실시해야 하는데 저항세력들은 평범한 이라크 민간인들과 구분이 안되기 때문에 노상에 설치된 폭탄이나 지뢰, 박격포와 RPG 등을 이용한 `치고 빠지기식'공격에 쉽게 노출된다. 미국이 이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은 이라크 정보원들로부터 보다 많은 정보를 얻어내는 것뿐이다. (서울=연합뉴스)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