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부정과 극심한 경제난, 부정 부패 등으로 야당과 반정부 시위대의 퇴진 압력에 시달려온 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75)그루지야 대통령이 23일 전격 사임했다. 옛 소련 시절 부터 그루지야를 30여년 동안 통치해온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은 이에 따라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게 됐으며, 그루지야의 평화적 `벨벳혁명'은 성공으로 끝났다.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은 TV 생방송을 통해 발표한 사임사에서 "내가 만약 권력을행사하면 유혈 참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나는 결코 국민들을배신하지 않았으며, 이것이 바로 대통령직 사임을 결심하게 된 동기"라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나는 이제 (대통령직을) 떠난다"면서 "나는 국가와 국민의 이익, 그리고안정을 위해 사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향후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나는 집으로 갈 것이며, 그루지야를 떠나지 않을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 하면서도 향후 누가 권력을 승계하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이미 내 소관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해 권력에서 완전히 손을 뗐음을강조했다.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은 이날 앞서 수도 트빌리시 외곽 대통령 관저에서 미하일사카쉬빌리(35) 국민행동당 당수 등 야당 지도자들과 일련의 협상을 가진 뒤 사임을결심했다. 회담에는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참여했으나 협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셰바르드나제 퇴진 운동을 주도해온 사카쉬빌리 당수는 사임 발표 뒤 가진 TV와 회견에서 "대통령이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줬다"면서 "그의 사임으로 유혈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 역사는 그를 우호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환영 의사를 표시했다. 사카쉬빌리 당수는 또 "야당인 민주당의 니노 부르자나제(39.여) 당수가 앞으로대통령직을 대행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의 임무는 제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이 자진 사퇴할 경우 사후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그는 "향후 45일 안에 새 총선이 실시될 것"이라고 덧붙였으나, 대통령 선거 일정에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셰바르드나제 대통령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국회의사당 광장 등지에서 반정부집회를 벌이고 있던 시위대 수만명은 일제히 춤을 추며 환호했다. 서부 지역 등지에서 상경한 이들은 22일 이후 국회의사당 광장을 지키며 셰바르드나제 대통령 사임을요구해 왔다. 시위대는 사카쉬빌리 당수의 애칭인 "미샤! 미샤!"를 연호하며 평화적 정권 교체를 환영했다.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은 앞서 22일 야당측이 국회의사당을 점거한 뒤 정권 장악을 선언하고 대통령 권한 대행을 지명한 것을 `쿠데타'로 규정하며 국가 비상사태를선포하는 등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 동안 지속돼온 극심한 경제난과 부정 부패에 시달려온 국민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자 사임을 선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에 대한 신임 투표 의미로 지난 2일 실시된 총선 이후 계속돼온 반정부 시위는 이에 따라 발생 3주만에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뤄낸 `성공한 혁명'으로 기록되게 됐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