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의 대주주가 된 정상영 KCC 명예회장측이 실제적인 그룹 장악을 위한 `물밑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향후 그룹 개편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엘리베이터를 비롯, 현대 계열사들의 주총이 예정돼 있는 내년 3월을 전후로 가신그룹 청산 등 개편 구도가 본격적인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10일 KCC와 업계 등에 따르면 정 명예회장은 최근 `범현대가'를 동원해 40%대의지분을 확보, 대주주의 입지가 확고해짐에 따라 현대그룹 경영진 개편 구도에 대한숙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정 명예회장은 일상적인 현안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되 중요한 경영현안에 대해서는 현정은 회장 등 임원진으로부터 보고를 받기로 하는 등 사실상 직접 그룹 챙기기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KCC 고위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은 당장은 인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업무파악이 끝난 후에는 당연히 적재적소에 적임자를 배치하지 않겠느냐"면서 "대주주로서 주요 경영사항을 챙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정 명예회장은 전날 KCC를 통해 배포한 자료를 통해 "현대그룹의 정상적 업무집행에 일일이 간여할 의도는 없으나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며 "그동안 이어져온 현대그룹의 맥을 이어감으로써 현대그룹 전 임직원과 가족들, 수많은 거래처의 고용과 생활안정에도 부응할 책임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가신그룹이 중심이 된 현대그룹 기존 경영진의 `물갈이'와 인사 후폭풍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이 대주주로서 그룹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기존 가신그룹의 견제와 `코드'가 맞는 임원진의 포진이 중요한 관건이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은 가신그룹이 정몽헌 회장의 현대그룹을 위기에 몰아넣은 `주범'역할을 해왔다고 보고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해왔으며 현 회장에게 가신그룹 청산을요구했다 거부당하면서 양측간 갈등이 증폭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이 일단 현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체제를 유지키로 한상태여서 임시 주총을 소집, 구도개편 작업을 성급하게 서두르기 보다는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주총이 예정돼 있는 내년 3월을 전후로 자연스레 수순을 밟아나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단 현대엘리베이터만 하더라도 강명구 전 회장이 현 회장의 취임과 함께 대표이사 회장직을 사임, 현재는 최용묵 사장 1명만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상태여서 대표이사가 추가로 선임될 여지가 남아있다. 정 명예회장측이 현회장을 지원,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현 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으나 대주주인 정 명예회장측의 `의중'에 따라 변동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또한 이사회 구성도 정 명예회장측의 인사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개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3분기 실적보고와 사업계획 승인을 결정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