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일외교통상위가 10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함에 따라 FTA동의안 처리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무당적 국정운영'으로 인해 `명실상부한 여당'이 없는 가운데 각 당이 내년 4월 17대 총선을 앞두고 농민표를 의식해 동의안 처리에 적극적이지 않아 이번 정기국회내 처리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 특히 농민단체들이 FTA 비준동의안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어 국회 비준동의안처리 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통외통위의 FTA비준동의안 상정 계획이 알려지자 지난 주말부터 농민단체들은 통외통위 소속 의원들의 지구당사나 자택을 방문, FTA처리 반대 입장을 전달하는 등FTA 동의안 처리 강행에 대해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한나라당 김종하(金鍾河) 의원은 "지난 토요일 지역구에 내려갔더니 민노총 소속 사람들이 지구당사와 집에 와서는 `FTA비준동의안이 상정되는데 김 의원이 안막아주면 못나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순봉(河舜鳳)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의 지구당사에도 농민들의 방문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 주말엔 경찰이 FTA 비준 동의안 처리 찬성입장인 통외통위 소속 의원들과 농민들의 충돌을 우려, `피신'을 요청함에 따라 한나라당 박원홍(朴源弘)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부득이 `외박'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또 연일 농민단체들은 각 의원 사무실이나 의원들에게 팩스, e-메일 등을 통해 FTA비준동의의 부당성을 주장, 호소하는 한편 찬성할 경우 내년 총선 낙선운동으로 연결시키겠다는 `으름장'도 놓고 있다는 후문이다. 통외통위 관계자는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에서 FTA체결시 농민피해보상을 위한 관련 법안을 상정, 심의에 들어감에 따라 이에 맞춰 비준동의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법안을 상정하는 것"이라면서 "당장 오늘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FTA 동의안에 대한 의원들의 입장과 관련,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출신지역에 따라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농촌출신 의원들은 FTA 자체를 반대하거나 국회 비준에 앞서 농민피해보상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에 도시출신 의원들은 우리 경제의 수출 의존도 등을 지적, 국익을 위해 조속한 동의안 처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경남 진주가 지역구인 하순봉 의원은 "FTA가 필요하긴 하지만 농민에 대한 대책 없이는 비준에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반면, 서울 서초갑이 지역구인 박원홍 의원은"수출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면서 "대신 농민피해에 대해선 충분한 보상문제를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각 당은 당론을 정하지 못했거나 비준동의안 처리와 농민대책 병행처리 또는 정부에 대한 선(先) 농민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어 FTA 비준동의안 처리는 늦어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커 보인다. 통외통위 한나라당 간사인 조웅규(曺雄奎) 의원은 "농촌과 도시 출신 의원간에 입장차가 워낙 커서 당론을 정해서 논의하기도 어려운 문제"라면서 "신속한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해서 정부가 농민피해보상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 농민들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벌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추미애(秋美愛)의원은 "농림수산위가 FTA와 관련, 농민대책을 마련하는 법안을 심의중이나 농업분야 투자가 땜질처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FTA문제는 시간에 쫓겨서 처리되는 것보다는 농업투자와 농업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거친 뒤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정책위의장도 "FTA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먼저 농민보상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