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를 규정한 민법 개정안이 28일 국무회의를 통과, 내주 국회에 제출된다. 정부는 이날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을 의결했다. 지은희 여성부 장관은 "호주와 호주를 중심으로 한 종속적 관계의 가족개념이 양성평등에 바탕을 둔 합리적 가족개념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재혼 및 이혼가정의 고통을 줄여주고 남아 선호사상과 출산성비 불균형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호주제 유지'를 주장하는 유림 등 보수층의 반발이 심해 국회 통과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 개정안 주요 내용 =호주에 관한 규정을 비롯해 호주제를 전제로 한 입적, 복적,일가창립, 분가 규정을 삭제했다. 자녀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혼인 신고시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엔 이를 따르도록 했다. 자녀의 복리를 위해 성과 본을 바꿀 필요가 있을 때는 부모나 자녀의 청구에 의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민법 779조 '가족의 범위' 조항은 가족해체 등에 대한 우려를 고려, 종전의 '호주의 배우자, 혈족과 그 배우자 등'에서 '부부, 그와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부부와 생계를 같이 하는 그 형제자매'로 새롭게 규정된 채 유지됐다. ◆ 가족제도 대변화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족제도에 큰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부계 혈통을 중심으로 한 호적 대신 △가족단위의 '가족부'와 △개인별로 신분등록부를 갖는 '개인별 신분등록제'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개인별 신분등록제'를 지지하고 있으나 민법 개정안에서 '가족의 범위'가 재규정됨에 따라 '가족부'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가족부는 '기준인'을 두고 이혼 등으로 호적이 해소될 때는 호적을 나눠 자녀는 친권자로 정해진 부모 한쪽의 호적에 올리는 것. 개인별 신분등록제는 개개인이 신분을 등록하는 것으로 4인 가족이라면 4명 모두가 개인별로 신분등록 기록을 갖게 된다. 가족부나 개인별 신분등록 기록제가 호적제를 대신하게 되면 '가장' 개념은 사라진다. 호주가 없어지고 개별 구성원은 법률적으로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된다. 이에 따라 아들 또는 손자ㆍ딸ㆍ아내ㆍ며느리 순으로 이뤄지던 호주 승계도 자동적으로 사라진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