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선대본부 차원에서 별도의 선거자금 장부를 관리했다는 김경재 의원 등의 주장과 관련, 민주당에자료제출을 요구함에 따라 대선자금 수사가 SK외 다른 기업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특히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선대위 총무국장을 담당했던 이화영씨(현열린우리당 창당기획팀장)를 29일 소환해 이상수 의원이 SK로부터 받은 불법 대선자금 10억원의 수수 경위 및 사용처뿐만 아니라 `이중장부' 존재에 대해서도 추궁할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민주당에서 제기한 `이중장부' 논란은 현재 민주당에 관리중인 지난 대선자금장부는 영수증이 없는 것도 있고 허위 영수증도 발견되는 등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요약된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선대위 총무본부장을 맡았고 현재는 열린우리당으로 자리를 옮긴 이상수 의원이 실제 선거자금 수수 및 집행 내역을 담은 `이중장부'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집중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검찰이 민주당에 자료제출을 요구함에 따라 현재 SK 비자금에 한해 진행중인 여야 대선자금 수사는 다른 기업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단서가 발견될 경우에 한해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민주당`이중장부'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기업에서 불법 모금한 대선자금을 별도 관리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 기업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돼 재계에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이 또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SK로부터 100억원을 수수하는 과정에서 이재현 전 재정국장이 최 의원과 공모한 혐의를 인정, 이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긴급체포함에 따라 한나라당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은 이씨로부터 최 의원이 작년 11월 12∼26일 사이 SK측으로부터 돈을 수수했다고 연락해오면 서울 동부이촌동 최 의원의 S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가서 매번돈을 직접 수령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검찰조사에서 SK측이 1억원씩 담긴 비닐쇼핑백을 한번에 20개씩 5차례에걸쳐 제공한 이 돈을 최 의원이 넘겨받자마자 승용차편으로 곧바로 당사로 옮겼고,이런 사실을 2∼3차례 김영일 전 사무총장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진술은 최 의원이 SK로부터 100억원을 수수하는 과정에서 김 전 사무총장도 일부 개입했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김 전 사무총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해졌다. 최 의원이 작년 11월 보름에 걸쳐 5차례로 나눠 SK로부터 100억원을 받아 이 전국장에게 전달했으며, 이런 와중에서 이씨로부터 2∼3차례에 걸쳐 이 사실을 보고받은 김 전 사무총장 역시 불법 대선자금 수수의 공범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전 사무총장이 이 사실을 이씨를 통해 수차례 보고받고도 이를 적극 제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최 의원 및 이 전 국장과 공모 관계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당시 당 지도부를 구성했던 김 전 사무총장의 개입 사실이 일부 드러남에 따라 서청원 당시 선대위원장이나 이회창 전 총재 등 당 핵심 지도부에서도 SK로부터 100억원을 수수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리고있다. 한편 검찰이 이씨를 긴급체포한데 이어 민주당 `이중장부' 논란에 대해 사실상수사 착수를 선언한 배경에는 한나라당이 특검 추진의 명분 가운데 하나로 내세웠던`형평성' 문제 등을 감안한 다목적 포석이 담겨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또한 SK로부터 10억원의 불법 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만큼 한나라당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씨와 마찬가지로 당시 민주당 재정담당자를 맡았던 이화영씨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 또한 이상수 의원이 SK로부터 불법 대선자금 10억원을 제공받는 과정에서 이를 중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만간 검찰조사를 받게될 공산이 커졌다. 결국 검찰이 여야 대선자금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검토하게 된 배경에는 특검논란을 불식시키는 한편 민주당 대선자금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메스를 가해 형평성 시비를 차단하겠다는 속내가 담겨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