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의 3.4분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을 웃돌고 1조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결의 소식까지 더해졌으나 투자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3.4분기와 4.4분기의 실적에 대한 기대로 최근 삼성전자의주가가 이미 오를 만큼 오른 상태인 데다 오히려 '재료 노출'을 계기로 차익매물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영업이익 2조500억.. '어닝 서프라이즈' 삼성전자는 17일 경영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 3.4분기 매출 11조2천600억원, 영업이익 2조500억원, 순이익 1조8천4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4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4.5%, 영업이익 77%, 순이익은 62.8%나 각각 증가한 것이며 작년 동기와 비교해도 매출 15.1%, 영업이익 13%, 순이익은 6.6%의 증가율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그동안 시장의 평균 예상치가 1조8천억원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이번 3.4분기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평가다. 교보증권 김영준 연구원은 "오늘 발표된 삼성전자의 3.4분기 실적은 누가 봐도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영업이익 2조500억원도 일반의 예상을 적어도 2천억원 이상 상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가 하락은 재료 노출, 4.4분기 성장 여력 감소 우려 때문 그러나 삼성전자의 주가는 실적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오전 11시15분 현재 삼성전자는 거래소에서 전날보다 0.65% 떨어진 45만6천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개인과 기관은 매수에 나섰으나 외국인들이 도이치, 골드만삭스 등의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해 차익매물을 계속 내놓고 있다. 김장열 현대증권 전자.반도체 팀장은 "삼성전자의 주가는 3.4분기와 4.4분기 실적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미리 반영돼 최근에 많이 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전날(16일 종가)까지 17.2%나 올랐다. 교보증권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4분기 실적이 워낙 좋아 4.4분기 이익 모멘텀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는 데다 최근 D램 가격이 조정 양상을 보이는 것도 '어닝서프라이즈'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재료가노출됨에 따라 특히 외국인들이 이익 실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석포 우리증권 연구원도 "3.4분기 실적이 예상을 크게 상회했지만 이로써 4.4분기와 내년 1.4분기 실적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점이 현재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가 약세 일시적, 상승 모멘텀 살아 있어 그러나 삼성전자의 약세는 일시적인 현상이며 4.4분기까지 실적 호조가 이어질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적 모멘텀'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의견이다. 삼성증권은 삼성전자의 4.4분기 영업이익이 가전 부문을 제외한 전 부문의 호조지속으로 3.4분기 대비 최소 2천억원 이상 증가한 2조3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증권은 이와 함께 내년 1.4분기에도 실적 약화 정도가 심하지 않아 영업이익 수준이 올해 4.4분기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49만5천원인 6개월목표주가의 상향조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증권 김 연구원도 "삼성전자의 4.4분기 영업이익도 2조2천억원을 웃돌 가능성이 있어 주가의 추가 상승은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라고 예상하고 적정가로 54만원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이사회서 결의된 1조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소각 계획도 향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교보증권 김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은 최근 외국인 중심의 수급 구조를 개선하면서 실적 모멘텀과 함께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삼성전자가 현재 시점에서 자사주 매입을 결의한 것은 실적에 대한 강한 자심감의 표현으로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12월 이후의 계절적 비수기에 따른 주가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울=연합뉴스) 증권팀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