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북부 항구도시 하이파의 한 해변가레스토랑에서 4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해 팔레스타인 여성 테러범을 포함, 최소한 19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부상했다고 이스라엘 방송들이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급진 저항운동 단체 이슬람 지하드는 자신들이 이번 자폭테러를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슬람 지하드 산하 무장단체 사라야 알 쿠드스는 언론 발표문을통해 요르단강 서안 예닌 출신의 변호사이며 몇달전 이스라엘군에 오빠를 잃은 하나디 자라다트(20)가 자폭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즉각 고위 보좌관들을 불러 비상 대책회의를 열고보복 방안을 논의했다. 이스라엘 방송들은 빠르면 이날 밤 중으로 이스라엘이 강력한 보복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자폭테러를 비난하고 이스라엘에대해 휴전을 거듭 촉구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또 이번 자폭공격을 빌미로 이스라엘이 자신을 제거하려 시도할 것에 대비해 자치정부 청사주변에 병력을 증강 배치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우고 요르단강 서안 툴카렘에 이미진입, 작전에 들어갔으며 팔레스타인인 1명을 사살했다고 팔레스타인 소식통들이 밝혔다. ◆ 자폭테러 발생 = 팔레스타인 여성 1명이 이날 오후 2시15분께 하이파 해변가의 `마콤 막심' 레스토랑 출입구에서 보안요원을 사살한 뒤 식당안으로 들어가 몸에감고 있던 폭탄을 폭발시켰다. 폭발로 팔레스타인 여성 테러범과 어린이 3명 등 19명이 사망하고 55명이 부상했다고 이스라엘군 라디오가 보도했다. 아랍계와 이스라엘계가 공동 운영하는 식당에는 유대교 속죄일을 하루 앞둔 안식일을 맞아 인파로붐벼 인명피해가 컸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폭탄테러로 60여명이 부상했으며 9명은 중태라고 보도했다. 하아레츠는 사망자 가운데 어린이가 다수 포함돼 있다고 전했으며 예루살렘 포스트는 어린이 5명이 희생됐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이날 테러에 사용된 폭탄이 하이파에서 테러범들이 사용한 폭발물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이며, 지난해 29명의 사망자와 60명의 부상자를 낸 네타냐 폭탄테러 당시 폭발물과 비슷한 위력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범인이 자폭에 앞서 식당 정문의 보안요원과 총격전을 벌였다고 전했으나 경찰은 이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자폭테러와 관련,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지하드는 서방 통신에 전화를 걸어요르단강 서안 예닌 출신의 18세 소녀가 자폭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지하드측을 인용, 테러리스트의 신원을 올해 20세의 하나디 자라다트(여)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슬람 지하드 산하 사라야 알 쿠드스가 외국 언론사에 보낸 성명에는이 여성이 변호사이며 나이가 29세로 적혀 있었다. 지하드 고위간부는 이번 자폭공격이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매일같이 자행되는 일상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팔레스타인측의 당연한 응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팔레스타인 접경지대 봉쇄와 보안장벽 구축 등 그간 시온주의자들이 취한 모든 보안조치들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폭탄테러는 지난달 10일 15명의 희생자를 낸 연쇄 폭탄테러 이후 3주만에발생했다. ◆ 이스라엘 비상 대책 회의= 샤론 총리는 사건 발생 직후 정치,군사 보좌관들을 불러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현지 방송들이 전했다. 모셰 야알론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밤 이후 `무자비한' 보복이 단행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샤론 총리가 안보내각을 소집할 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방송들이 전했다. 샤론 총리는 지난달 11일 안보내각에서 아라파트 제거를 원칙 합의한뒤 추가폭탄테러가 발생할 경우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이스라엘과 아랍 소식통들은 하이파 폭탄테러로 이스라엘정부가 아라파트 수반을 추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당시 안보내각의 결정에 따라 샤론 총리와샤울 모파즈 국방장관은 내각의 추가 승인없이 아라파트 제거 최종 허가를 내릴 수있다. 이스라엘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에 밀려 아라파트 수반에 대한 위해 행위를 유보해왔다. 다니 나베 이스라엘 보건장관은 폭탄테러 직후 이스라엘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아라파트를 제거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부총리도 이스라엘은 어려운 결단의 시기에 들어섰다며 필요하다면 국제 여론을 무시하고 결정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라파트 수반 등 팔레스타인 지도부도 이번 사태가 몰고 올 파장을 고려, 하이파 자폭테러를 강력히 규탄했다. 아흐메드 쿠레이 팔레스타인 신임 총리도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한 것은 `추악한공격'이라고 비난하고 요나 야하브 하이파 시장에게 이같은 뜻을 전달했다. 아라파트 수반의 측근들은 그가 이스라엘의 보복조치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말라 자치정부 청사에 있는 아라파트 수반은 이스라엘군의 제거 작전에 대비해 정예 경호부대인 `포스 17' 병력을 청사 주변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스라엘 TV는 이스라엘군이 이미 라말라 지역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또 요르단강 서안 툴카렘에서는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대원들이 총격전을 벌였으며 팔레스타인 무장대원 1명이 숨졌다고 팔레스타인 관리들이 밝혔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