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관광위원회가 내달 초 방북, 개성 육로관광 및 문화재 훼손 실태 등에 대한 국정감사 활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북한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남북장관급회담 김령성 북측 단장(수석대표)은 27일 남측 수석대표인 정세현 통일부 장관 앞으로 전화통지문을 보내 방북국감 계획 철회와 공식사죄를 요구했다. 김 단장은 "남측 국회는 우리의 주권을 감히 모독하고 침해하며 북남관계의 기초를 흔들어 놓으려는 천만부당한 조치에 대해 즉시 철회하고 공식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일 남측 국회가 이런 조치(철회와 공식사죄)를 취하지 않는다면 북남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엄중한 후과(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며 그로부터 발생하는 사태에 대해 귀측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고 언명했다. 이에 앞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26일 서기국 보도'를 통해 "우리는 남조선 국회의 문화관광위원회를 오라고 한 적도 없으며 초청할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처럼 발끈하고 나선 것은 문광위가 겉으로는 관광과 시찰을 내세우면서도 북한지역에서 사실상 국정감사 수준의 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힌 것이 직접적인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 입장에서는 국회의 이같은 계획을 남측이 북측을 공개적으로 '미수복지역'으로 인식하고 잘못을 따지려는 등 주권침해 행위로 받아들일만 하다. 이는 김 단장이 "우리 공화국(북)의 존엄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고 우리의 주권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침해이며 호상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할 것을 확약한 북남합의의 기초를 허무는 행위"라고 반발한 데서도 읽을 수 있다. 남북은 지난 92년 발효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에서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합의했으며, 김단장은 전화통지문에서 이같은 합의를 재차 상기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남북정상회담 직전의 대북송금과 관련, 국민의 정부 핵심 실세들을 사법처리 대상으로 몰고간 특검법의 국회 통과에 대한 불편한 감정도 이같은 반발과 무관치 않아보인다. 조평통이 서기국 보도에서 "남조선 국회가 그 무엇을 진짜 감사하려 한다면 민족의 단합과 통일을 위해 의로운 일을 한 사람들에게 특검의 칼을 휘둘러대는 반통일 분자들에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또한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민족공조' 보다는 한.미공조에 치중하는 야당과 보수세력에 대한 불만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평통은 "미국이 요구하는 것이라면 동포 형제를 외세의 대포밥으로 섬겨 바치는 것도 서슴지 않는 사대매국적인 정치 간상배들이 우리를 감히 감독, 검사하겠다는 것은 주제넘은 행위다"고 비난했다. 따라서 북한은 당분간 국회의 공식사죄를 거듭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체육관 개관 행사와 농구경기의 정치인 방북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조평통은 "민족의 단합과 협력을 달가워 하지 않는 자들이 제 마음대로 오가는 관광길이 아니라는 것을 남조선 국회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