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의 이라크 추가파병 요청을 수용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파병부대의 형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군은 추가파병 쪽으로 정부의 결론이 날 경우 이라크 주둔 부대가 다국적군(Multi- National Forces)이나 유엔 주도의 '평화유지군(PKF.Peace-keeping Forces)'에배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국적군은 2개 이상의 국가 군대들이 공동의 목적 달성을 위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비롯한 지역기구나 특정국가를 중심으로 결성된 군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 여부에 따라 국제여론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걸프전과 코소보사태, 동티모르 독립투표 가결 직후 유혈사태,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의 경우 미국 주도의 군대가 유엔 승인을 거쳐 파병돼 국제사회의 여론이 전반적으로 다국적군에 우호적이었다. 반면 미국과 영국, 호주 등 3개국으로 창설된 이라크 파병 다국적군은 금년 3월 대량살상무기 제거 등을 명분으로 바그다드를 침공할 당시 유엔의 승인을 받지 못해 유럽과 아랍권 등으로부터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PKF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근거로 창설, 분쟁지역에 파견돼 평화유지활동(PKO.Peace Keeping Operation)이나 군감시단(MOG.Military Observer Group) 역할을 맡는다는 점에서 다국적군과 성격이 다르다. PKO에 참여하는 군은 평화유지활동과 인도주의적 구호활동, 폐허 복구 등의 임무를 맡다 돌발사태가 발생하면 교전규칙에 따라 자위할 수 있는 수준의 무기 사용만 허용된다. MOG은 비무장 상태로 평화유지활동에 파견된 장교단으로 구성돼 정전협정 위반 감시나 휴전지역 순찰, 조사보고, 중재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다국적군은 다양한 첨단무기로 무장해 전투지속능력을 유지한 채 언제든지 전투에 돌입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지휘통제체계를 보면 다국적군은 지역기구나 특정국가가 임명하는 다국적국 사령관의 지휘를 받게되고, PKF는 유엔사무총장→유엔 특별대표(SRSG)→PKF사령관→각국 부대 등의 계통으로 명령이나 지시가 하달된다. 참여국가 규모는 다국적군이 소수 국가로 구성돼 임무지역에 신속히 전개되는데 반해 PKF는 다수 국가가 참여하기 때문에 파병 결정에서 이행까지 장시간이 소요된다. 또 다국적군은 개별 참가국 책임 하에 군수지원이 이뤄지고, 파병 비용도 독자적으로 부담하는 게 특징이나 PKF는 유엔의 군수지원을 받으며, 파병 비용도 유엔이 부담한다. 국회는 지난 99년 11월 상록수부대를 동티모르에 보낼 당시 다국적군 형태의 파병동의안을 통과시키면서 파견 비용은 한국 정부가 예비비에서 51억원을 부담토록 하되, PKF로 지위가 변경된 뒤부터는 정부 예산을 우선 지출한 뒤 그 돈을 유엔에서 보전받도록 했다. 한편 군 당국은 미국이 추진 중인 이라크 추가파병 요구안이 유엔에서 통과될 경우 한국군은 유엔 안보리 승인을 얻은 다국적군 형태로 추가 병력을 파병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