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강타한 제14호 태풍 '매미'로 인한 사망.실종자가 85명으로 늘고 이재민도 2만4천여명으로 불어나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인명.재산 피해 규모가 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주민 신고 등을 근거로 집계한 것이나 정전이나 통신 두절 등에의해 아직 신고되지 못한 인명피해 사례가 여전히 많은 실정이어서 실제 사망자 및실종자는 100여명을 넘어설 것으로 우려된다. 태풍이 13일 동해상으로 완전히 빠져나가면서 두절됐던 철도 전라선 순천∼여수,중앙선 단양∼단성, 고속도로 구마선 대구방향과 중앙선 춘천방향의 복구가 완료되는 등 복구작업이 본격화되고 있어 정확한 인명 및 재산 피해 규모는 조만간 파악될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명피해 =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13일 오후 10시 현재 태풍 `매미'로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58명, 실종 27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12일 전남 여수시 화양면 용주리 유호연(77) 씨의 단독주택이 무너져 내린 산비탈 흙에 매몰돼 유 씨의 부인 박인심(74) 씨가 숨지고 유 씨가 부상했으며, 제주 연동에서는 안옥수(73.여) 씨가 맨홀 실족으로, 서귀포시에서는 김명구(58) 씨가 바지선 결박 중 불의의 사고로 각각 숨졌다. 또 부산 동래구 안락2동 한미응(61) 씨가 감전 추정사고로, 경남 진해시 용원동우창수(54) 씨와 경남 거제시 조굴이(여.86) 씨는 주택 붕괴사고로 각각 목숨을 잃었다. 경남 통영에서는 오문관(63.통영시 한산면 용호리) 씨가 파도에 휩쓸려, 김대봉(64.통영시 광도면 덕포리) 씨는 선박 충돌로 실종되는 등 통영에서만 4명이 실종된것을 비롯해 모두 11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경남 마산시 해운동 595 해운프라자가 물에 잠겨 건물 안에 있던 10여명이수몰된 것으로 알려져 경찰과 해군, 소방서 요원들이 출동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13일 오후 9시께 실종자 가운데 남자로 추정되는 시신 2구가 인양됐다. 사망.실종자를 지역별로 보면 경남이 41명으로 가장 많고 경북 14명, 전남 9명,강원 8명, 부산 7명, 대구 3명, 제주 2명 등이다. 이 밖에 부산 수영구 아파트 신축공사장 등지에서 크레인 2대가 넘어지면서 소방관 5명이 부상했고, 중앙선 단양∼단성 구간에서 새마을호 3량이 탈선, 승객 28명이 다치기도 했다. ◆재산 피해 = 해일과 하천 범람 등으로 제주 27채를 비롯한 전국에서 주택 196채가 파손되고, 2천119채가 침수되는 등 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또 이재민도 크게 늘어 강원 4천182가구 1만2천149명, 경남 4천335가구 1만284명 등 모두 9천497가구 2만4천966명이 학교나 마을회관, 이웃집 등에 분산 수용됐다. 부산항 신감만부두와 자성대부두에서는 고가 장비인 항만 컨테이너 크레인 11대가 넘어지거나 레일 이탈로 파손, 복구에 최소 1개월에서 15개월까지 소요될 것으로보여 당분 간 수출.입 화물 수송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또 제주에서는 항구에 정박 중이던 선박 18척이 침몰하고 8척이 좌초되는 등 제주와 남해안에서 모두 88척의 선박피해가 발생했다. 서귀포 서귀항 등 방파제 405m가 유실되고 서귀포 88올림픽 경기장의 지붕과 남군 종합경기장 기념관 지붕이 파손됐고, 경남 함안과 창녕, 밀양, 전남.북 등지의농경지 3천600㏊가 침수되고 비닐하우스 33개 동과 축사 11동이 무너졌다. ◆대규모 정전.통신두절 = 태풍이 동반한 강한 비바람으로 전국 곳곳의 고압선이 끊어져 정전사고가 속출해 경남 52만 가구와 부산 33만 가구 등 147만 가구의 전기공급이 중단됐다. 한전과 협력업체 직원 8천400여명이 정전사고가 발생한 지역에 긴급 투입돼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13일 오후 10시 현재 123만 가구에만 전기공급이 재개된 상태이다. 나머지 24만여 가구도 13일 중 전기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남 거제,마산, 창원, 울진 지역은 송전 철탑이 오는 16일께 복구가 완료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가전제품과 사용 등이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력 발전소의 외부 송전선로나 주변압기가 고장을 일으키는 바람에 고리 1∼4호기와 월성 2호기 등 발전소 5곳이 가동을 중지했고, 통신기지국도 2천969곳이 침수 등의 피해를 입었으나 현재까지 1천911곳만 응급복구가 끝난 상태다. 또 부산 월래정수장 등 21개 시.군 32개 정수장이 호우피해로 수돗물 공급을 중단,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으며, 오후 10시 현재 19개 정수장이 복구됐다. ◆도로 및 철도 유실 = 12일 오후부터 철도 전라선과 중앙선, 영동선 등 6개선이 집중호우 등으로 불통되는 등 철도와 도로의 불통사태도 잇따랐다. 12일 오후 7시10분께부터 불통된 전라선 순천∼여수 구간은 13일 오전 11시 50분께 복구가 끝났고 중앙선 단양∼단성, 태백선 제천∼백산, 여천선 흥국사∼남해화학 구간은 복구가 완료됐다. 그러나 영동선 영주∼강릉 구간과 정선선 정선∼나전 구간은 복구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고속도로는 구마선 대구방향 6.5㎞ 지점과 중앙선 춘천방향이 두절됐다 이날 오전 복구가 완료됐지만 중부내륙선 마산방향 28.9㎞ 지점은 절토가 유실돼 국도 5호선으로 차량이 우회하고 있다. 중앙선 대구방향 132.5㎞ 지점은 오후 6시 1개 차선의 통행이 재개됐으나 완전복구는 16일께 가능할 전망이다. 또 강풍으로 부산 광안대교의 통행이 12일 오후 6시30분부터 전면 통제되고 영도대교 난간이 파손되는 등 모두 77개 도로 구간이 일시 침수됐다. 상당수 바닷길도 끊겨 연안 여객선 전체 96개 항로 135척 가운데 27개 항로 38척이 결항되고 있다. ◆피해규모 전망 및 방역 활동 =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정전 등으로 인해 구체적인 피해 조사가 늦어지고 있다"며 "정확한 피해 조사가 진행되면 피해 규모가 계속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국립보건원은 13일 중 부산 및 경남.북 지역 등에 방역기동반 345개반(983명), 의료지원반 17개팀(72명)을 투입 방역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의료지원반은 장티푸스 예방접종을 함께 실시하고 취약지의 75개 보건소와 413개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상방역 및 설사환자 감시체계를 24시간 가동할 방침이다. 한편 현재 낙동강 유역 진동, 낙동, 현풍, 구포, 삼랑진 등 5곳에는 홍수경보가,왜관 지점에는 홍수주의보가 발령돼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해대책본부는 12일 오후 4시부터 중앙 유관기관 21개 기관에서 52명이 3단계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으며, 전국 시.도 및 시.군.구에서도 2만3천700여명이 비상근무를 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