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판매대금을 횡령한 혐의로 22일 경찰에 구속된 보석중개인 김모(52.여)씨가 보석을 판매한 고객명단은 `압구정동' `방배동'등 강남지역 주소들로 빼곡했다. 김씨로부터 지난 2001년 말~지난해 6월까지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등 보석을 산사람들은 적게는 4천만원부터 많게는 4억원2천만원까지, 서민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액수에 해당하는 돈을 보석구입에 물쓰듯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를 고소한 보석상 이모(49)씨는 소장에서 "김씨는 강남지역의 부유층뿐 아니라 전 정부 고위관료의 前부인, 현 국회의원의 전 비서관 등 고위층 및 사회지도층 인사의 부인들에게 수천만~수억원 어치의 보석을 팔았다"고 주장했다. 고위층이나 부유층 `사모님들'은 신분이 공개될 수 있는 일반 보석상에서 보석을 구입하기 보다 김씨와 같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보석중개인이 집을 방문하면귀금속을 사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게 보석상들의 전언.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 관계자는 "김씨의 정확한 횡령금액을 조사하기위해 보석을 구입한 `사모님들'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이들은 한결같이 보석을 산 적이 없다며 펄쩍 뛰는 모습이었다"고 씁쓸해했다. 심지어는 "보석을 구입한 적이 없는데도 신분이 드러날 만큼 언론에 이름자가오르내릴 경우에는 가만두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는 게 수사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장기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절도, 횡령 사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강남 지역 부유층의 호화로운 생활상은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는 원인이 되고있다. 특히 최근 어머니가 생활고를 비관해 자녀와 함께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는 등 생계형 자살이 빈발하고 있는 가운데 부유층이 누리고 있는 `그들만의 특별한세계'는 서민들에게 더욱 커다란 좌절과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일 서울 압구정동의 대표적 부유층 동네인 H아파트의 A씨 집에 도둑이 들었다. 피해금액은 줄잡아 2억원어치. A씨가 도둑맞은 금품 가운데는 7천만원과 3천만원짜리 고급 외제시계가 2개가 포함돼 있어 관심을 모았다. 7천만원짜리 C상표 고급시계는 다이아몬드가 시계 전체에 촘촘히 박혀있어 시계라기 보다는 `다이아몬드 팔찌'라고 하는 편이 낫다는 것. 지난달 9일 이 아파트에 사는 B씨 역시 현금 500만원과 함께 다이아몬드 세트등 3천만원 상당의 금품이 털리는 등 최근 잇따라 절도사건이 발생한 이 아파트에서는 피해액이 한 가구당 수천만원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 아파트에서는 귀금속뿐 아니라 수백∼수천만원의 현찰을 집에 보관하고있다가 도둑을 맞았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들 절도사건을 수사중인 경찰 관계자는 23일 "도난당한 부유층의 집에는 대부분 밖에서는 알아챌 수 없는 금고가 벽 안에 설치돼 그 안에 거액의 현찰을 보관하고 있었다"며 "신용카드 등을 사용하면 소득이 드러나기 때문에 부유층은 현금을 애용한다"고 귀띔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hska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