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전국의 해수욕장에 피서객이 크게 늘었지만 불경기 여파로 씀씀이가 줄어 경기는 썰렁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한철 대목을 노린 상인들의 바가지 요금이 기승을 부렸고 피서객들의 무질서, 쓰레기 투기 등도 여전했다. ▲피서인파 급증 = 7월에는 비가 온 날이 많아 해수욕장이 전반적으로 한산했으나 8월 들어 피서객이 몰려 부산과 동해안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피서인파가 크게 늘었다. 부산에서는 개장 이후 지난 17일까지 해운대에 1천378만명이 찾는 등 부산시내7개 해수욕장에 지난해보다 73%나 많은 2천380만7천명의 피서객이 다녀가 지금까지가장 많았던 2001년의 기록을 훌쩍 넘어섰다. 동해안도 주5일제 근무 확산과 영동.중앙고속도로 확장 등에 힘입어 지난달 10일부터 17일까지 2천60만여명의 피서객이 다녀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6%가 증가했다. 서해안도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등의 영향을 받아 대천 해수욕장에 지난해보다 8.6% 많은 815만7천명, 태안반도에 9.7%가 증가한 1천55만명이 몰리는 등 전반적으로피서객수가 늘었다. 제주도내 최대 해수욕장인 북제주군 중문 해수욕장도 지난해에 비해 51.4%가 늘어났다. ▲상인들 울상 = 피서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음식과 생필품을 집에서 준비해오는등 알뜰피서가 늘어나면서 횟집 등 해수욕장 인근 음식점을 찾은 관광객은 지난해에비해 크게 감소했다. 아예 숙박업소를 구하지 않고 차안이나 찜질방 등에서 자는 피서객도 늘었다. 동해안 A 콘도의 경우 슈퍼마켓 식.음료매장 매출이 지난해의 60% 수준에 그쳤고 경포 해수욕장 인근 B마켓은 피서철 한달 매출액이 예년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B 콘도의 경우 피서 절정기에도 400여 객실 가운데 80여개가 비어있는 날도 있었다. 강릉 경포번영회 방종길 회장은 "피서객 수는 늘었지만 소비가 줄어 전반적인매출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 밖에 안됐다"고 말했다. 대천해수욕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유광희(47)씨도 "피서객이 늘어 해변은 붐볐지만 음식점을 찾은 피서객은 50% 가량 줄어 올해 장사는 망친 것과 다름없다"고 하소연했다. 김흥돈(57) 안면도 꽃지해수욕장번영회장도 "피서객들이 좀처럼 돈을 쓰지 않아회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바가지 상혼 = 숙박시설이 부족한 일부 해수욕장에서는 요금을 크게 올려받아말썽을 빚었다. 해운대 지역 일부 모텔은 성수기때 평소 하루 숙박비의 3배나 되는 17만원을 받아 챙겼으며 대천 해수욕장 인근 숙박업소들은 평일 4만-5만원하는 방값을 주말과휴일에 10만-20만원으로 올려 받았다. 부산 일부 해수욕장은 2천원인 파라솔 대여료를 돗자리를 끼워 6천원을 받았고송정해수욕장 사설 주차장에서는 시간에 관계없이 무조건 3만원을 받아 피서객들과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서해안 일부에서는 시중에서 1병에 500-600원하는 음료수를 1천원씩 받아 피서객들의 반발을 샀다. 태안군 한 해수욕장 주민은 보존가치가 큰 해안 모래언덕(사구.砂丘)을 깎아 내린 뒤 텐트촌을 만들고 피서객들에게 1만5천-2만원의 이용료를 받기도 했다. ▲쓰레기.무질서 여전 = 올여름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쓰레기가 321t이 나온 것을 비롯, 부산시내 7개 해수욕장에서 지난해보다 배나 많은 1천21t의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충남 서해안에서는 쓰레기 불법투기를 전문적으로 신고하는 쓰파라치까지 등장했다. 해수욕장마다 노래방 기기까지 동원한 피서객과 청소년들의 음주 소란행위가 밤늦게까지 이어졌고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어김없이 술병과 음식물 찌꺼기가 널려 악취를 풍겼다. 대천과 꽃지해수욕장 주변은 새벽까지 마구 터트려대는 폭죽 소음으로 피서객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까지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부산.강릉.대전.광주=연합뉴스) 이은파.김재선.신정훈 기자 silver@yna.co.kr sjh@yna.co.kr kj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