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학들이 IMF(국제통화기금)사태 이후 경쟁력을 이유로 비정규직·파견직 위주로 직원을 채용하면서 대학내 노동문제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정규직들은 한계에 달한 노동강도 완화를 요구하며 시위중이다. 또 수적으로 급격히 증가한 비정규직과 파견직들은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학교측과 대립하고 있다. 홍익대 노동조합은 지난 6월부터 직원 채용과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천막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대 노조 최병윤 위원장은 "지난 9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학생수는 1만여명에서 1만7천여명으로 늘었지만 교직원 숫자는 제자리에 머물러 노동강도가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고 시위배경을 설명했다. 노조에 따르면 홍익대는 정규 직원 퇴직때 조교나 사무보조 등을 채용하고 청소원 경비원 등도 파견직으로 대체해 왔다. 조교의 경우 1년 연봉이 1천4백만원인 임시직이어서 정규직 채용을 꺼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숭실대도 지난 97년 이후 6년째 교직원을 충원하지 않아 정년퇴직 명예퇴직 등으로 27명이 자연 감소했으나 계약직 8명만 뽑았다. 교직원 감소 추세는 교육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2003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사립대학수는 2002년 1백37개에서 2003년 1백43개로 늘었지만 사립대 교직원(교수 제외)은 1만8천8백3명에서 1만8천6백70명으로 줄었다. 교수의 경우 2002년 3만2천5백45명에서 2003년 3만3천3백48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노사분규 원인도 바뀌는 양상이다. 90년대엔 재단비리,총장전횡 등이 주류였으나 최근엔 노동시간 단축,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인사·승진 적체해소 등이 부각되고 있다. 홍익대를 비롯해 아주대 숭의여대 한라대 서울예술대 등이 올 들어 파업 등의 홍역을 치른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전국대학노동조합 한정이 정책국장은 "IMF 이후 비용 감축을 위해 교직원을 뽑지 않아 대학 교직원 평균 나이가 43세에 달한다"며 "여기서 생기는 인사적체,업무강도 강화,고령화 등이 대학내 노동문제로 급부상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학에선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30%에 달할 정도로 폭증하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현안이 되고 있다. 한양대 비정규직 직원들은 지난 2001년 처음으로 비정규직 노조를 결성한 데 이어 지난 4월 단체행동을 통해 66명을 정규직으로 돌렸다. 한양대 전병곤 인사팀장은 "여러가지 문제가 불거져 지난 2001년부터 비정규직 채용을 중단하고 올해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돌렸다"고 말했다. 한라대도 지난 5월 22일간의 총파업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 9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중부대 등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이슈화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