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을 취재한 BBC 기자들은 12일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실태 '조작'에 관한 BBC의 보도가 "정당했다"고 밝혔다. BBC 라디오 4 채널 뉴스 프로그램 `투데이'의 국방담당 앤드루 길리언 기자(35)는 그러나 이날 런던 법정에서 이틀째 속개된 `켈리 자살규명 청문회'에 참석, 영국정부가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실태를 조작한 것을 폭로하는 자신의 보도가 "완벽하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엔 무기사찰단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정부 무기 전문가 데이비드 켈리박사는 지난 달 18일 영국 남부 자택 인근에서 자살로 추정되는 변사체로 발견된바 있다. 켈리 박사는 길리언 기자 등과 접촉해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조작에 관한정보를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길리언 기자는 청문회에서 자신의 지난 5월 보도의 근거가 된 인터뷰 내용을 적은 수첩을 공개하면서 "영국 정부가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실태를 공개하기에 앞서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내용을 그럴듯하게 과장토록 조치했다"는 보도가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길리언 기자는 켈리 박사와 지난 5월 22일 만났다면서 당시 켈리가 자신에게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정보가 공개되기 일주일 전에 (자신에게) 넘겨져 그럴듯하게보이도록 각색됐다"는 점을 폭로했다고 말했다. 당시 발표돼 국제사회의 눈길을 특히 끌었던 `이라크가 필요할 경우 45분 안에생화학무기를 실전 배치할 수 있다'는 대목에 대해서도 켈리 박사는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앞서 지적했던 것으로 증언됐다. 길리언 기자는 이에 대해 "대량살상무기 정보가 대개 복수의 소스에 의해 뒷받침되는데 반해 유독 45분 배치가능 주장은 단독 소스만 제시됐다"는 점을 켈리 박사가 강조했다고 말했다. 길리언 기자는 45분 배치가능 주장과 관련해 자신의 앞서 보도가 "완전히 정확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일부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BBC는 당시 보도가 나간후 용어를 일부 정정했다. 켈리 박사의 주장에 대해 길리언 기자는 정부 고위관리 2명에게 논평을 요청했으나 이들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관리 한명이 "진실이 은폐되고 있다"는 귀뜀은 했다고 주장했다. 길리언 기자는 지난 6월에도 영국신문 기고를 통해 토니 블레어 총리 정부가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정보 `왜곡'을 주도했다면서 그 핵심에 앨러스테어 켐벨 총리 공보수석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 주장을 즉각 부인했다. 그러나 BBC-TV의 `뉴스나잇' 프로그램 소속 과학담당인 수전 왓츠 기자도 켐벨이 '45분내 배치 가능' 발언이 문서에 삽입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점을 켈리 박사로부터 들었다고 청문회에서 밝혔다. 블레어 총리가 정부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지시해 이뤄진 이번 청문회는 현재 바베이도스에서 여름 휴가중인 총리 본인과 제프리 훈 영국 국방장관도 소환할것으로 알려져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런던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