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4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자살 소식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정 회장의 자살 원인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대북송금 특검이 제대로 안돼 정 회장의 죽음을 불렀다며 철저한 조사를 재촉구했고,민주당 일각에서도 "특검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와 설전이 벌어졌다. 이에따라 정 회장의 사망을 계기로 대북송금 특검 문제가 다시 정치권의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정 회장의 자살을 대북송금 특검수사와 연결시키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호도할 우려가 있다고 일축하며 자살동기와 배경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오히려 "대북송금 특검이 제대로 안돼 한 기업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며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 추진 방침을 밝혔다. 최병렬 대표는 이날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재계의 중요한 인물에게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자살의 원인과 동기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뒤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사덕 총무는 "대북 송금 책임이 개인인 정 회장에게 귀결된 것이 정 회장 자살의 배경으로 본다"며 "남북한 위정자들이 유망한 한 기업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했다. 홍 총무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와 부채 줄이기에 분주할때 (대북송금용)5억달러를 내놓게 하고,그 대신 은행 빚을 떠넘겼는데 어떤 기업인들 견딜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정 회장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청문회든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모든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북 송금 과정을 밝혀 내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민주당 구주류인 김경천 의원은 당무회의에서 "특검이 정 회장을 죽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가 신주류 의원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김희선 의원은 즉각 "이 발언은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대철 대표도 "개인적인 의견을 공식석상에서 발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공개적으로 나가면 안되니 없던 것으로 하자"고 말했다. 정동채 의원도 "당원들에게 우려를 끼칠 수 있는 말씀은 참아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균환 총무는 "노무현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했어야 했다"며 "특검은 민족의 비전에 사법의 칼날을 들이댄 것으로 이로 인해 남북관계의 희망이 꺾이는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홍영식·박해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