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투신 자살 소식에 재계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큰 충격에 휩싸였다. 삼성 LG SK 등 대기업은 정 회장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 자살 배경과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부에서는 정 회장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결국 정치권 아니냐며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삼성은 이날 공식입장 발표문을 통해 "한국의 대표적인 경영인 중 한 사람을 잃어 가슴 아프다"며 "현대그룹이 이 아픔을 속히 극복하고 국가 경제발전에 계속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고인과 같은 기업인이 그 공로를 인정받아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풍토가 조성되고 기업인으로서 극복할 수 없는 제반 환경이 개선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LG그룹은 "경악과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겠다"며 "앞으로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남북경협이 차질없이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SK는 "대단히 안타깝고 애석하다"며 "대북 경협사업에 앞장섰던 정 회장의 죽음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우리 경제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애도했다. 경제단체들도 잇따라 애도를 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애도문을 통해 "먼 앞날을 내다보고 남북경협사업에 애착을 갖고 추진했던 고인의 타계에 슬픔을 금치 못하는 바"라며 "고인이 추진해 왔던 남북경협사업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경제계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 시점에 한 지도적 기업인의 자살 사건은 여러가지 관점에서 그 의미하는 바가 크다"며 "이런 점에서 경영계는 더욱 애석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사고가 남북경협사업 등 전반적인 남북관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 회장의 자살 배경에 대한 무성한 추측과 함께 '정치적 사건으로 인한 희생양'이라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의 투신자살 소식에 충격을 나타내면서 "아직 자살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기업 경영에 전념하지 못하고 정치논리에 휘말려든 것이 자살의 한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아직 정확한 사건의 배경을 알 수가 없어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기업인이 정치적 사건에 연루돼 희생양이 된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한때 정 회장이 경영을 맡았던 하이닉스의 한 임원은 "대북사업과 현대상선 지분관계 정리 등 할 일이 많아 죽을래야 죽을 수도 없는 상황인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0년 현대 경영권을 놓고 벌어진 '왕자의 난' 이후 끊이지 않은 악재가 정 회장을 괴롭혀 왔다"며 "특히 대북송금 사건에서 정치권 인사와 진술이 엇갈리는 등 조사를 받으면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