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기업체를 상대로 2백억원의 대선자금을 모금했다고 밝힌 '폭탄' 발언과 관련, 정치권 대선자금의 불법 여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착수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은 일단 법인 후원금 한도를 초과하거나 후원회 영수증이 발급되지 않은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행위에 대해선 명백히 불법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정 대표가 언급한 대선자금 가운데 '굿모닝시티 게이트' 수사대상인 4억2천만원의 경우 자금출처 등이 드러난 이상 대가성 여부 등 사실관계만 확인되면 사법처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대선자금의 경우 어느 기업으로부터 언제, 얼마를 무슨 명목으로 받았는지 등 사실관계가 특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검찰로선 범죄 혐의에 대한 뚜렷한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한 입장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 대표가 굿모닝시티로부터 받았다고 밝힌 4억2천만원 외 나머지 대선자금 모금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정확한 수수 명목이 드러나지 않은데다 기업체도 특정되지 않아 수사 여부를 거론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와 관련, 검찰은 내부적으로 2000년 8월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과정에서 정치자금으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등으로부터 2억4천5백만원을 불법 수수했다고 고백한 민주당 김근태 의원의 사례에 대한 검토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자금 전반에 대한 수수 경위를 조사하지 못한 채 김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었다. 이는 검찰이 기업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으로 유입된 뭉칫돈을 포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출처 공개 없이 단지 '받았다'는 말만으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파헤치는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이에 따라 검찰은 대선자금 2백억원의 출처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추가로 드러나거나 물증이 잡히지 않는 한 선뜻 수사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법조계에선 2백억원 대선자금 모금 부분과 관련,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은 공소시효(6개월) 때문에 수사 자체가 의미가 없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