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자신이 이탈리아로의 휴가 여행을 취소한 것은 최근 이탈리아 총리와 경제 차관이 잇따라 독일인을 비하한 일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라고 분명히 밝혔다. 슈뢰더 총리는 11일자 파이낸셜 타임즈 독일판과 한 회견에서 "독일이 그런 식으로 취급돼서는 안된다고 생각, 이탈리아로의 여행을 취소함으로써 내 입장을 확실히 전달코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사태들로 독일과 이탈리아 간의 전반적 관계가 손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9일 독일 정부 대변인은, 슈뢰더 총리가 이탈리아 중부로 여름휴가를 가려던 계획을 취소했다면서 최근의 소란으로 모처럼 가족과 함께 가는 여행을 조용하고 편안하게 보낼 수 없어 고향인 독일 하노버에서 지내기로 했다고만 발표했다. 그러나 슈뢰더 총리의 이날 발언으로 독일과 이탈리아 간의 갈등이 당분간 더 심각해지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스테파니 스테파노 재무차관을 포함한 이탈리아 정부의 처지가 더욱 곤혹스러워질 전망이다. 오토 쉴리 내무장관 등 슈뢰더 총리와 매우 가까운 독일 정부의 핵심 장관들은 이탈리아 정부에 스테파노 차관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의 대외정책 책임자인 볼프강 쇼이블레 의원은 "슈뢰더 총리가 (이탈리아에 대해)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탈리아 여행 예약을 취소하는 독일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반면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가 독일 정부 대변인의 공식 설명에만 근거해 슈뢰더 총리의 여행 취소 결정이 스테파노 차관 발언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차관 해임을 거부하고 있다. 당초 슈뢰더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스테파노 차관을 비난하며 사과했던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이틀 전에 이미 끝난 일로 안다"면서 연일 계속되는 독일 측의 공세에 반감을 드러냈다. 프라티니 장관은 "이탈리아 정부는 독일 측 반응 때문에 고통받아왔으며 이는 사업 분야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면서 "개인적으로도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탈리아 야당은 차관 해임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며, 스테파노 차관이 소속된 극우파 정당 북부동맹 마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내외 여론이 매우 좋지 않자 총리 및 차관과 거리를 두려 하고 있다. 이탈리아 시사주간지 레스프레소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독일 출신 유럽 의회 의원을 나치 하수인에 비유한 발언에 비판적인 이탈리아 사람이 74%에 달하고 이를 지지하는 사람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잡지가 스페인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발언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17%였으며, 프랑스에선 11%, 영국에선 7%, 독일에선 2% 였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