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진출 1호' 이천수가 팀에 승리를 선사하지는 못했지만 프리메라리가 진출 선수로서 유감없는 실력을 발휘하며 마지막 홈경기를 마무리했다. 이천수는 9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홈경기에서 특유의 힘과 스피드, 재치가 넘치는 플레이로 팀의 우세를 이끌어 갔지만 포항의 '짠물축구'에 말려 아쉽게 0-0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다. 이천수는 그라운드를 구석구석 헤집고 다니며 득점 기회를 자주 얻어냈지만 최근 6경기에서 1골밖에 내주지 않으며 6경기연속 무패(4승2무)의 상승세를 타고 있던포항의 방패을 뚫지는 못했다. 이로써 팀은 프로축구 최다경기 연승 타이기록(9연승)에 제동이 걸렸고 이천수 또한 7경기 연속 골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천수는 고별전을 승리로 장식하기 위해 무척이나 몸이 달았는지 평소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전반 이천수는 볼을 잡은 포항의 미드필더 메도에게 악착같이 달라붙어 신경전을 벌이는가 하면 상대 수비수가 백패스한 볼에 갑자기 달려들어 두차례나 포항 골키퍼 김병지를 당황하게 했다. 이같은 골 욕심에도 포항 골문은 끝내 이천수를 거부했다. 전반 13분 이천수는 최성국이 골에어리어 내 오른쪽까지 돌파해 들어가 올려준 볼에 헤딩을 시도했지만 볼은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전반 45분에 이천수는 아크 정면에서 10m 떨어진 곳에서 얻은 프리킥을 강하게슈팅했지만 볼은 크로스바를 훌쩍 넘어가고 말았다. 후반 29분에는 이천수가 페널티 에어리어 내 정면에서 강하게 때린 볼이 김병지의 손과 크로스바를 잇따라 맞고 넘어가기도 했다. 이천수는 끝내 뜻깊은 '속옷 세리머니'를 선보이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한국의 첫 프리메라리가 진출 선수 이천수를 위한 일련의 이벤트였다. 경기전 사인볼 증정 행사에서 이천수가 잔디차량을 타고 경기장을 한바퀴 돌자 관중들은 기립해 박수를 치며 이천수를 연호했다. 이천수의 생일을 축하하는 노래가 대형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자 이천수의 소녀팬들은 입을 모아 노래를 따라하기도 했고 관중은 경기중 이천수가 볼을 잡을 때마다 환호했다. 경기에 앞서 몸을 풀면서 잔디를 쓰다 듬기까지 했던 이천수는 탈의실로 들어서면서 "좋은 구장을 가진 좋은 팀을 막상 떠나려고 하니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김정남 감독은 이천수가 "홈 고별경기에 생일까지 맞아 무척 복잡한 심경일 것"이라며 "나도 무척 섭섭하지만 편한 맘으로 경기할 수 있도록 태연한 척 했다"고말했다. 또 김 감독은 "이천수는 유럽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일본 선수들 보다 한수위"라며 "유럽에서도 당차게 스스로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울산월드컵 경기장에는 이천수의 마지막 홈경기를 보기 위해 평소보다 두배정도 많은 1만7천여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울산=연합뉴스) 장재은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