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기 2중계약서 등 부정적 어감을 가진 말이 각종 매체에 자주 등장한다.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유독 부동산에서는 투자보다는 투기라는 말이 더 낯익다. '부동산 투기'는 이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어느 누구만의 일도 아닌 사회문제가 됐다. 정부는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지만 별 신통한 대책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전가의 보도처럼 들고 나오는 것이 양도소득세를 비롯한 각종 조세제도다. 세제가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으로 사용되다보니 행정편의를 도모하게 되고,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조세 목적상 사용되고 있는 부동산가격이다.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을 산정함에 있어서 상황에 따라 너무 다양한 가격이 적용되고 있어 전문가들조차도 쉽게 이해하기 힘들게 돼 있다. 이는 우리 생활습관과 행정편의가 적당히 타협한 결과물이다. 납세자들이 거래 가액을 정확히 신고하지 않으면 세정당국으로서는 실제 거래된 가격을 확인할 방법이 별로 없다. 확인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많은 행정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행정당국이 가공의 가격을 설정하고 세액을 계산하게 된다. 납세자의 불성실에 대해 행정편의로 대응하면서 조세를 위한 가액이 복잡다단하게 되고,납세자들은 이를 이용하기 위해 실지거래와는 다른 소위 2중계약서를 작성하는 관행이 생겨나게 됐다. 이는 거래를 복잡하게 할 뿐만 아니라 기준에 근사하면 문제될 것 없다는 적당주의,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도 그런다는 기회주의,그러니 정부정책이 제대로 먹히겠느냐는 불신을 조장해 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 서울지검이 지방세를 납부하면서 제출한 검인계약서상 가격을 실제와 다르게 기재한 경우를 모두 사법처리 대상으로 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전혀 화제가 될 사안이 아니다. 관행적으로 묵인된 2중계약서를 유독 특정 사안에 대해 부인했다고 해서 말들이 있지만 이는 현행법에 매우 부합하는 처분이다. 법인과의 거래를 통해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실거래가'로 과세하는게 규정이다. 개인간 거래에서는 '시가표준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원칙에 따라 2중계약서를 작성하는 관행이 있었는데 법인과의 거래에 이러한 관행이 파급돼 있던 것을 이번에 바로 잡은 것일 뿐이다. 이제는 세제를 종합적으로 다시 검토해 실지거래가액에 따라 과세하는 제도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정부도 고가주택이나 투기지역의 거래에는 '실지거래가액'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세제를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방법으로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조세외적인 목적에서 나왔다. 그러기에 세제측면에서만 본다면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불공평을 초래하고 말았다. 차라리 모든 거래에 대해 실지거래가액을 적용하기로 한다면 세제도 단순해지고, 부동산투기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매수인 입장에서는 후일 자기가 부담해야 할 양도소득세가 겁이 나서도 매도인의 2중계약서 작성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전산기술이 발달해 실거래가액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실지거래가액을 적용할 경우 늘어나는 세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이는 세율을 통해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혹자는 그렇게 되면 소위 '투기 거래'에 대한 제약수단이 없어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따로 높은 세율을 적용하면 중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세율을 통해 조정해야 할 것을 가격을 통해 조정함으로써 여러 문제를 낳았던 것이다. '실지거래가액'을 과세 기초로 활용하게 되면 '파악되지 않는 소득'을 줄여 지하경제를 축소하는 부수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현행 제도 아래서는 공시지가나 기준시가를 정부가 아무리 조정하더라도 실거래가액과는 거리가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합법적으로 세금을 부담하지 않는,과세당국에 신고되지 않는 엄청난 소득이 창출될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실거래가액을 부동산 과세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