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3~15일 호주 시드니의 캠시거리 안작몰에서는 제5회 한국음식문화 축제가 3만여 명의 인파가 몰린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시드니의 서울'로 불리는 캠시의 연례행사로 자리잡은 이 축제는 한국의 음식을 직접 맛보고 구입할 수 있는 음식축제 외에도 배미영씨의 판소리와 송민선 무용단의 북춤, 강형국 태권도 시범단의 시범, 김화혜씨가 이끄는 시드니 한국무용단의장구춤 등 한국의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한국의 날' 행사였다. 그런데 이 축제를 누구보다도 더 기다리고, 감격해 한 호주인 부부가 있어 화제가 됐다. 바로 한인 입양인 자녀 3명을 둔 헌터스 힐 거주 토니 킨ㆍ로즈메리 킨씨 부부이다. 평소 자녀에게 한국의 문화를 접할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하고 한국 문화가 아이들 인생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지녀온 이 부부에게 이번 축제는 좋은기회가 됐다. 한인 입양아를 위한 샛별학교에 다니는 자녀로부터 정보를 듣고 미야(14)와 해리엣(10) 그리고 막내아들 민희(4)를 데리고 참가한 이 부부는 축제에서 동포신문 '탑 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다양한 한국 전통문화 행사와 수많은 한국사람을 보고 한국 음식을 먹으면서 우리 가족은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부부는 "아이들이 한국문화에 대한 이질감 없이 즐기고 행복해 하는 것이 너무기뻤다"며 "한국이 아닌 이곳에서 호주인 부모를 두고 자라지만 한국문화는 그들의 한 부분으로 영원히 간직해야 할 소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드니 거주 한인들을 통해 한국 문화와 사회를 배우고 느끼면서 한국 어린이를 입양하기로 결심한 부부는 지난 88년 한 입양단체를 통해 생후 4개월 된 미야를 입양했다. 부부는 그후 미야가 다섯 살 되던 해인 지난 93년 당시 생후 5개월 된 둘째 딸해리엣을 입양했고, 다시 생후 20개월 된 막내 아들 민희를 호주 내 입양프로그램을통해 입양했다. 부부는 "아이들이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샛별학교의 정기적인 모임에 참석하고 있으며, 방송과 신문에 나오는 한국 뉴스를 보여주거나 스크랩해아이들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잊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뜻을 이해하고 한국의 역사, 문화, 그리고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을키워 가는 아이들이 고맙다는 부부는 아이들을 위해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한국에 조만간 다녀갈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ghw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