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12월 25일 오전 9시. 크리스마스 아침에 서울 중구 충무로 대연각 호텔에선 큰 불이 나 1백65명이 사망하고 67명이 부상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화재 원인은 지하 2층 커피숍에서 유출된 액화석유가스(LPG)가 폭발한 것.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호텔 전체를 태우고 8시간 만에 꺼졌지만 이미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낸 뒤였다. 이 사고 뒤에도 가스 폭발로 인한 대형 화재는 심심찮게 발생했다. 지난 94년 서울 아현동 가스 폭발사고, 95년 대구 지하철공사장 폭발사고, 98년 경기 부천 LPG충전소 폭발사고 등은 아직도 국민들의 기억에 생생하다. 대형 사고 위험에도 불구하고 가스는 가격이 저렴하고 효율이 뛰어난 데다 환경 오염이 적다는 장점 때문에 국내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67년 국내에서 LPG가 일반에 공급된 이후 가스(LPG, LNG)는 작년 말 국내 에너지 소비량(1차 에너지 기준)중 15.6%를 차지했다. 석유(49.3%) 유연탄(21.3%)에 이어 세번째 에너지원이다. 가스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다행히 국내 가스 폭발사고는 최근 들어 줄어드는 추세다. 정부의 가스 안전관리 강화대책 등에 힘입어 LPG 사고는 98년 2백96건에서 작년 1백18건으로 60%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일본에선 작년 LPG 사고가 90건에 불과했다. 국내 가스 안전관리가 아직은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해 보다 체계적인 안전관리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가스 안전관리 전담 조직인 한국가스안전공사는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가스산업 관계자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0회 가스안전촉진대회'를 개최했다. 올해 열 돌을 맞은 이 대회는 가스산업 발전에 공을 세운 업체와 개인을 포상하고 일반인들의 가스안전 의식을 높이기 위해 94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11개 단체와 개인 99명에게 훈ㆍ포장, 대통령 표창 등이 수여됐다. 개인부문에서 현창수 승일제관 대표가 동탑산업훈장을, 배경운 서울도시가스 회장이 철탑산업훈장을 각각 수상했다. 김찬주 유양기술 대표, 홍순철 한일산업가스 대표, 전원태 MS가스 대표는 산업포장을 받았다. 단체부문에서는 이동식 부탄연소기 전문업체인 ㈜코베아가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배성기 산업자원부 자원정책 실장은 "가스사고 예방은 가스 관련제품을 생산할 때부터 안전성을 확보해야만 가능하다"며 "제품의 품질 향상을 위해 더욱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가스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며 '가스안전 결의문'을 채택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