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의 사외이사 독립성과 공정성이 흔들리고 있다. 기업의 사외이사가 된 비영리단체 대표나 대학교수들이 사외이사직을 이용,자신이 속한 단체를 위해 기부금을 모금하는 등 투명한 기업경영과는 거리가 먼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 "기업에 대한 엄격한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기부금을 모으는데만 관심을 쏟아 '이해상충'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외이사가 소속된 단체에 금품을 지원,'은밀한 밀월관계'를 형성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부금 모으는 사외이사=뉴욕 자연사 박물관 엘렌 퍼터 대표는 AIG 브리스톨마이어스 JP모건체이스은행 컨솔리데이티드에디슨 등 4개 기업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수천만달러의 기부금을 끌어모았다. 최근 개관한 박물관 내 로즈센터에는 퍼터 대표가 사외이사로 있는 기업들이 주요 기부자로 등록했다. 존 멘델슨 휴스턴 암센터장은 파산한 에너지기업 엔론에서 매년 수백만달러씩 기부를 받았다. 이에 따라 그는 엔론의 파산을 막을 수 있는 독립적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대학교수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8년간 컴퓨터어소시에이츠(CA)의 사외 감사위원을 지낸 셜리 스트럼 케니 뉴욕주립대 총장은 회사측으로부터 4천만달러의 기부금을 거뒀다. 때문에 최근 CA의 회계조작혐의를 조사 중인 미증권거래위원회(SEC)는 케니 총장의 연관설도 함께 파헤친다는 계획이다. 스탠퍼드대학 교수들은 오라클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문제가 된 경우다. 지난주 미 델라웨어법원은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이 수백만달러의 후원금을 내고 있는 스탠퍼드대 교수들에게 기업 내 주식거래 행태를 조사해달라고 부탁한 것은 공정하지 못했다"고 판결했다. ◆자정(自淨) 노력 활발=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자 관련 규정 제정이 한창이다. 나스닥은 사외이사가 기업으로부터 연간 20만달러 이상 기부금을 받으면,독립성을 상실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을 만들기로 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기업도 동참하고 있다. 델컴퓨터는 지난 1월부터 기부금을 제공한 비영리단체 출신은 사외이사로 간주하지 않기로 회사 내규를 만들었다. 데이터 처리 회사인 ADP는 사외이사가 속한 단체에 10만달러 이상을 기부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밖에 제너럴일렉트릭(GE) 푸르덴셜파이낸셜 일렉트로닉데이터시스템(EDS) 등이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기업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