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파업이 밤샘협상을 통해 공권력 투입없이 극적으로 타결된 것은 금융대란 우려를 없앴다는 점에서는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노조측의 일방적 승리란 평이 나오는 이번 협상결과는 불법파업이라도 목소리만 크면 통한다는 선례를 또다시 남겼다는 점에서 향후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감추기 어렵게 한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 중재자로 나서 조흥은행 매각을 관철하면서도 법과 원칙을 지켰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연 그렇게 됐다고만 볼 수 있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도 어느 정도 있긴 했지만 정부 스스로 '명백한 불법'이라고 규정한 개별사업장의 파업에 깊숙이 개입해 불법행위 중인 노조의 협상파트너가 된 것은 결코 제대로 된 모양새로 보기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의 약속을 거론하면서 청와대에 집단사표를 가져간 조흥은행노조의 전략에 말렸다는 느낌이 적지 않다. 더구나 조흥은행노조는 정부까지 낀 이번 협상에서 경영권 침해소지가 다분한 △통합 전 조흥은행 출신 은행장 임명 △조흥은행 브랜드 사용 등을 포함, △3년간 고용보장및 인위적 감축 금지 등 대부분의 요구사항을 관철시켰고 임금도 신한은행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키로 함으로써 보수를 20∼30% 끌어올리는 효과도 얻었다. 불법파업을 주도한 노조간부들에 대해서도 사법처리를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조흥은행노조로서는 생존문제를 건 절박한 투쟁의 결과일지 몰라도 제3자의 눈으로 보면 금융전산망 중단이라는 위협과 집단행동이란 힘 앞에 정부와 신한측이 거의 일방적으로 밀린 결과에 다름아니다. 국민의 재산을 담보로 불법파업을 벌여도 이처럼 실속을 챙기면서 책임문제는 유야무야되는 현실이 과연 국민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정말 걱정스럽다. 이번 주부터는 한국노총 및 민주노총 산하의 노동조합들이 잇따라 파업에 나서면서 하투(夏鬪)를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분규가 더욱 과격화되고 노동조직간의 선명성 경쟁이 가열될 것이란 우려도 감추기 어렵다. 더구나 정부는 두산중공업 철도노조 화물연대파업 등에서도 노조측에 대해 일방적 손들어주기를 계속해온 터다. 노 대통령은 최근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노동계의 불법파업 및 집단이기주의에 대해 "도덕성과 정당성을 상실해가고 있다"며 경고를 보내고 불법파업에 대한 엄정대처를 다짐했지만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졌다고 보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지 우리는 솔직히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