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하이닉스반도체의 D램에 대해 44.71%에 이르는 고율의 상계관세 부과를 결정,하이닉스의 대미 D램 직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번 판정은 유럽연합(EU)의 최종판정과 대만 등의 상계관세 제소 움직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는 17일(현지시각) 한국산 D램 상계관세 최종판정에서 하이닉스에 대해 44.71%,삼성전자에 대해 0.04%의 상계관세 최종판정을 발표했다. 하이닉스에 대한 상계관세는 예비판정률(57.27%)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 삼성전자는 1% 미만의 미소마진에 해당돼 상계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내달말 ITC(국제무역위원회의)가 자국산업의 피해를 인정하면 상계관세 부과가 최종확정된다. 김종갑 산업자원부 차관보는 18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WTO(세계무역기구) 절차에 따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WTO에 제소할 경우 해결 절차에 1∼2년 정도가 걸린다. 하이닉스반도체는 "힘의 논리를 앞세운 미국 반도체업계의 '하이닉스 죽이기'"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영향=미국 상무부는 우리측 주장을 대부분 기각하고 일부 계산상 오류만을 시정,하이닉스에 대한 강경입장을 확인했다. 미국 상무부의 최종판정은 오는 8월24일께로 예정된 EU의 최종판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U는 상계관세 예비판정에서 하이닉스 D램에 대해 33%에 달하는 고율의 상계관세를 부과했었다. 또 대만과 일본에서도 상계관세 부과를 주장하는 D램 업체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닉스의 지난해 D램 대미 수출액은 4억6천만달러. 이 중 25%에 해당되는 1억2천만달러어치가 직수출됐다. 나머지는 미국 유진공장 등을 통해 수출됐다. 지난 4월 미국의 예비판정 이후 이미 대미수출은 거의 중단된 상태다. 고율의 상계관세 부과가 하이닉스의 경영정상화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대응방안=하이닉스는 일단 미국 유진공장의 설비를 확충하는 한편 수출선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유진공장에는 올해 1억달러를 투입,회로선폭을 축소할 계획이다. 또 대만의 마더보드업체에 대한 수출을 늘리는 방법으로 우회한다는 전략이다. 증권업계는 하이닉스의 D램 수출이 5∼10%가량 줄어드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산자부는 1억달러 이내의 수출피해를 예상했다. 하이닉스는 또 D램 이외의 사업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세계 3위의 반도체 회사인 ST마이크로와 제휴,플래시메모리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영국의 ARM사로부터 기술을 도입,비메모리 MCU(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사업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유기EL구동칩과 게임용 칩 등의 사업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