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를 평화와 전쟁 진영으로 분열시켰던이라크 전쟁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열린 G8(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이세계경제성장촉진,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 개발도상국 및 아프리카 지원 등을다짐하고 3일 폐막했다. G8 정상들은 지난 1일부터 3일 동안 프랑스 에비앙에서 연례회담을 열고 "이라크전의 갈등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가자"며 세계경제성장촉진, 시장경제책임강화,기업투명성 개선,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 개발도상국 및 빈국 지원 등에 대한 성명을 채택했다. 이라크 전쟁, 9.11테러 등으로 국제사회의 안보의식이 고조된 가운데 열린 이번G8 회담은 특히 북한과 이란을 대량살상무기확산 우려 국가로 지목하고 두 나라에핵개발계획 포기 및 국제사찰 수용을 촉구했다. G8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에 관한 성명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이나 플루토늄 생산 계획, IAEA 안전조치협정 위반은 비확산체제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명백한국제의무 위반"이라며 북한에 모든 핵무기계획 해체를 촉구했다. 정상들은 이 성명에서 "대량살상무기 및 운반수단의 확산은 우리 모두에게 점증하는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대테러 행동그룹'을 결성키로 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3일 회담 내용을 요약한 의장성명을 내고 북한 문제에 대해 "핵, 인도주의문제 등 북한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려는 다양한 당사자들의 노력을 지지한다"며 "한국이 추구하고 있는 평화번영정책을 역시 지지한다"고밝혔다. 이에 앞서 정상들은 2일 열린 세계 경제에 관한 실무회의에서 "세계경제의 성장능력이 아직 탄탄하다"며 신뢰를 표명하고 성장 촉진을 위한 경기 부양 및 구조 개혁 노력을 다짐했다. 정상들은 예상보다 느린 미국 경기회복, 유럽과 일본의 경기후퇴조짐 등 어려운국제경제 상황이 조만간 개선되고 세계 경제가 강력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G8 정상들은 그러나 교착상태에 빠진 자유무역협상 타개책, 유럽과 일본으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는 달러가치의 급격한 하락 등에 대해서는 공동 입장을 끌어내지못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강한 달러 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으나 인위적인 달러부양책은 펴지 않겠다고 분명히했다. G8 정상들은 1일 중국, 브라질, 이집트 등 개도국 및 아프리카 국가 11개와 확대정상회담을 열고 기아, 에이즈 퇴치를 위한 협력과 재정지원을 다짐했다. G8은 만성적인 물부족, 장기 내전지역 평화정착, 지진참사 구조 지원 등 지구촌현안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한 뒤 에이즈 치료제의 값싼 지원과 식수.식량 확대 공급 등 개도국 지원방안을 담은 `행동계획'에 합의했다. 이번 G8 회담은 이라크 종전 후 처음 열린 주요 국가 정상들의 국제회의라는 점에서 이라크전쟁을 둘러싸고 극심한 대립상을 보였던 국가들이 관계 복원 노력을 보일 것인지가 큰 관심을 끌었다. 반전 진영의 선두에 섰던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2일 단독회담을 열고 세계경제, 중동평화 등 주요 국제현안에 대한 협력을 다짐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회담 폐막전에 중동평화 중재를 위해 이집트로 떠났으며주요 반전국이었던 독일과는 정상회담을 갖지 않았다. 또 이라크 전쟁을 "과거로 돌리자"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회담 기간에 영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기 위해 대량살상무기 등에 관한 정보를 조작했다는 파문이 일어 토니블레어 영국 총리가 이를 해명해야 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회담에 초청돼 높아지고 있는 중국의국제적 위상을 실감케 했으며 부시 대통령은 G8 기간에 유일하게 후 주석과 공식 양자 회담을 열었다. 당초 30만-5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던 반세계화시위는 회담 장소인 에비앙이 철저히 봉쇄되는 바람에 제네바, 로잔, 안마스 등에서 수천-수만명 규모로 열렸으며 폭력사태도 예전에 비해 적었다. (에비앙=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